등록날짜 [ 2019-02-27 15:07:23 ]
인터넷 댓글 언로 형성 순기능 크지만
악의적 인신공격 댓글과 ‘카더라 통신’
사실 여부 떠나 당사자에 큰 피해 줘
댓글 규제 목소리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악플 못 막고 표현 자유만 막을 수도
건전한 댓글 문화 함께 만들어 가야
인터넷으로 뉴스기사·동영상을 읽거나 보다 보면, 다른 이용자들의 반응이 궁금해 곧바로 그 밑에 달린 ‘댓글’을 보게 된다. ‘인터넷 댓글’은 뉴스기사나 동영상과 같은 인터넷 콘텐츠를 접한 이용자가 남기는 짧은 글을 의미하는데, 여기에는 게시된 내용에 대한 건전한 의견 표출 외에도 심히 모욕적이거나 명예훼손성 표현이 꽤 올라와 있다.
인터넷 댓글은 어떤 이슈에 대해 자유로운 토론과 비판을 통해 민주주의 기초를 이루는 언로(言路)를 형성하는 순기능이 크지만, 이른바 ‘악성댓글’도 꽤 많이 있어 이로 말미암은 사회적 문제는 끊임없는 논란거리다. 인터넷상에 게시된 글을 읽거나 동영상을 보고나서 욕설이나 험담 같은 모욕은 예사이고 악의적인 인신공격·명예훼손, 사생활 침해에 해당하는 표현이 난무(亂舞)하는 등 사회적 폐해로 부각된 지 오래다. 급기야 인터넷 댓글 탓에 대한민국이 혐오 사회로 빠져들고 있다는 우려가 최근 들어 커지고 있다.
인터넷에 게시하는 댓글은 인터넷 공간이란 특성상 무한한 ‘확장성’과 ‘전파성’을 갖고 있고, ‘익명성’에 기대어 활개 친다. 그래서 온갖 모욕이나 명예훼손, 혐오, 성희롱 성격의 악성댓글이 미치는 파장은 상당하다. 인터넷 게시물의 내용 혹은 특정인을 대상으로 악성댓글을 달고, 이것이 마구 퍼트려지면 그 사실 여부를 떠나 당사자는 상당한 사회적 타격을 받기도 한다. 특히 피해를 입은 사람이 공적 인물이라면 악성댓글이 어떻게 작용하느냐에 따라 사회적으로 회복 불가능한 직면에 이르기도 한다.
악성댓글과 관련된 죄에는 ‘명예훼손죄’와 ‘모욕죄’가 있다. 온라인상에서 명예훼손죄를 저지르면 처벌이 가볍지 않은데, 그 이유는 빠른 시간 내 전파되는 인터넷상의 특징 때문이다. 그래서 일반적 명예훼손죄는 형법을 적용하는데 비해, 온라인상의 명예훼손죄는 정보통신망법을 적용하여 가중 처벌한다. 다만, 모욕죄의 경우 형법상으로만 처벌하고 있고, 온라인 상 모욕행위는 가중 처벌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인터넷 이용이 보편화되면서 정보통신망에서 모욕, 혐오 표현이 급증하는 추세고, 이로부터 개인의 ‘인격권’을 실효성 있게 보호하기 위해 댓글에 대한 규범력을 더욱 높이자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하지만 욕설·비방·저주 같은 모욕적인 악성댓글 게시, 즉 ‘사이버 모욕’ 행위를 줄이기 위한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댓글 규제 강화가 자칫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고, 국민의 정치적인 의사 표현을 제약하는 쪽으로 흐를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물론, 사이버 모욕 행위를 규제하는 결과로 자유민주주의 가치인 표현의 자유가 부당하게 침해돼서는 안 되겠지만, 인터넷의 어마어마한 전파력을 감안할 때 사이버 모욕으로부터 보호해야 할 인격권의 가치가 가볍게 취급돼서는 안 될 일이다. 사이버 모욕 행위에 대한 대법원 판례에서도 “구체적 정황의 뒷받침 없이 악의적으로 모함하는 일이 허용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함은 물론, 구체적 정황에 근거한 것이라 하더라도 그 표현 방법에 있어서는 상대방의 인격을 존중하는 바탕 위에서 어휘를 선택해야 하고 아무리 비판을 받아야 할 사항이 있다고 하더라도 모멸적인 표현으로 모욕을 가하는 일은 허용될 수 없다”고 확고히 판시한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
요컨대, 모욕적인 악성댓글이 일회적이지 않고 계속적·반복적인 경향을 띠고 있으며, 개인의 인격권을 훼손하고 나아가 우리 사회에 반목과 대립·배척을 끊임없이 조장하는 해악의 요인이라고 보아 이에 대한 실효성 있고도 적절한 규제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이런 한편, 규제가 만사가 아니라는 점을 고려하여 무엇보다도 인터넷을 이용하는 개인이 도덕적 의식하에 ‘역지사지(易地思之)’하는 자세로 자정 노력을 필히 기울임으로써 건전한 댓글 문화를 함께 일궈내야 한다.
“내가 너희에게 이르노니 사람이 무슨 무익한 말을 하든지 심판날에 이에 대하여 심문을 받으리라. 네 말로 의롭다 함을 받고 네 말로 정죄함을 받으리라”(마12:36~37).
위 글은 교회신문 <613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