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 훌] 생사의 기로에 선 김정은…세습독재 무너지나?

등록날짜 [ 2019-03-26 16:47:02 ]

미국, 대북 전방위적 압박에 더욱 고삐
북, “제재로 최근 10년 가장 엄혹한 시련”
핵포기 군부 반발에 민심 이반도 심각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김정은이 유례없는 궁지에 몰리고 있다. 미국의 대북 압박은 김정은이 더는 견디기 어려운 수준으로 진행되고 있다. 협상 국면에서 1년 넘게 나타나지 않았던 미국의 전략 핵 폭격기 B-52 2대가 최근 다시 한반도 인근에 전개됐고 참수작전 전문 미 특수전 병력들이 주일 미군 기지로 이동한 정황도 포착됐다. 또 미 재무부는 북한 정찰총국 산하 회사와 거래한 혐의로 중국 해운회사 2곳을 제재 명단에 올렸다. 대북 제재에 훼방 놓지 말라며 중국에 보내는 미국의 강력한 경고다. 또 미 해안경비대 소속 경비함까지 오는 25일 제주에 온다. 이 배는 해상검문 검색 전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동중국해에서 벌어지는 북한 배들과 다른 나라 배들 간 이뤄지는 환적을 더 강력히 단속하겠다는 의미다. 이제는 해상에서의 석유나 석탄 밀거래도 더 어렵게 됐다.


지난 2016년 이후 5차례의 유엔 제재만으로도 숨이 막힐 지경인데 고통은 더 가중되고 있다. 북한과 우호관계인 아프리카 나미비아까지 최근 북한 근로자를 모두 돌려보냈다고 한다. 유엔 안보리 결의 2397호에 따르면 최대 10만 명에 달하는 북한 해외 근로자는 올해 말까지 전부 북한으로 돌아가야 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경제난과 외화난은 더욱 심해지고 김정은의 통치자금도 말라붙을 것이다.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 21일 정론에서 “현 세기의 10년대에 우리가 겪은 난관은 사실상 공화국의 역사에서 가장 엄혹한 시련”이라고 밝혔다. 전후 복구 때보다 그리고 90년대 초 고난의 행군 때보다 지금이 더 어렵다는 걸 자인한 것이다. 고난의 행군 당시 3백만 명이 굶어 죽어도 눈 하나 깜짝 않던 독재정권이 경제난을 시인한 것은 그만큼 체제 존립에 위기감을 심각하게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민심 이반도 심각하다. 김정은이 암살한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을 데리고 있는 자유조선은 김일성과 김정일 김정은 초상화를 내팽개치는 영상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영생불멸의 신으로 추앙받는 김일성 김정일 초상화 훼손은 북한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김정은은 겁을 먹은 듯하다. 김정은은 지난 15일 최선희 외무성 부상을 시켜 기자회견을 열게 하고 “미국과 협상을 지속할지, 그리고 미사일 발사 및 핵실험 중단을 유지할지 등을 곧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예전 같으면 그냥 미사일을 쏘거나 핵실험을 했을 것이다. 2012년 2월 김정은이 오바마 행정부와 맺은 2.29 합의 당시 그렇게 했다.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을 안 하겠다고 합의하고도 오바마 정부가 말리는데도 두 달 뒤 ‘은하 3호’를 발사해 합의를 깼다. 하지만 지금 김정은은 쏘겠다는 것이 아니라 쏠지 말지를 곧 결정할 것이라며 미국 눈치를 살피고 있다. 그러면서 최선희는 북한 군부와 군수업계에서 김정은에게 절대 핵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며 수천 건에 이르는 청원을 했지만 김정은이 하노이에 갔다고 말했다. 군부가 이번 하노이 회담을 반대했다는 사실을 확인해 준 것이다. 북한이 내부 갈등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도 유례없는 일로, 그만큼 흔들리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하지만 군부의 반발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함께 김정은은 지난 19일 중국과 러시아, 유엔 주재 북한 대사들을 급거 귀국시켰다.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 핵심 역할을 하는 대사들을 한꺼번에 불러모아 김정은이 곧 입장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여의치는 않아 보인다.


혼자서는 감당이 어려운지 김정은이 의전담당 김창선을 러시아로 보냈다. 푸틴과 정상회담을 하려 한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김정은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러시아에 손을 뻗치고 있다. 중국은 지금 미국과 무역전쟁 와중이라 경제가 붕괴하고 있어 시진핑이 김정은을 돌아볼 처지가 아니다. 하지만 러시아도 중국과 별반 처지가 다르지 않다. 미국은 B-52를 극동과 유럽 지역 양쪽에서 전개시켜 러시아를 압박했다. 함부로 나서지 말라며 푸틴에게 보내는 트럼프의 경고다. 김정은은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분리되고 안팎의 압박에 직면해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목이 졸린 고통은 더해갈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 트럼프 대통령은 아무 반응이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중국 러시아에 대해 고강도 압박을 유지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위 글은 교회신문 <617호> 기사입니다.


이웅수 집사
KBS 보도국 기자
신문발행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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