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9-05-28 14:44:27 ]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미국은 말이 아닌 행동으로 대응했다. 지난 9일, 미국이 석탄 2만 5천여 톤을 싣고 동남아시아 바다를 떠돌던 북한 화물선 ‘와이즈 어니스트호’를 자금세탁방지법 위반으로 압류해 미국령 사모아로 끌고간 것이다. 미국이 북한 배를 압류한 것은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이 배 선원들과 싣고 있던 석탄은 다른 북한 배에 돌려주었다. 녹이 심하게 슨 고물이지만 북한에는 수백만 달러를 벌어들이는 알짜배기여서 김정은으로서는 상당히 아팠을 것이다. 많이 당황했던 듯, 북한은 5일 동안이나 반응을 못 내다가 14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비난 성명을 냈다. 북한은 또 유엔대사와 영국 주재 대사를 내세워 화물선 반환을 요구하며 더 강경하게 대응할 수도 있다고 반발했다. 여차하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라도 쏘겠다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미국의 대응은 더 심상치 않다. 배를 압류한 그날 미국 언론에 미사일 하나가 공개됐다. 별명이 ‘나이프 미사일’인 이 미사일은 차량이나 건물이 아니라 특이하게도 사람이 타깃이다. 이를테면 요인 암살용인데, 목표에 도달하면 칼날 6개가 튀어나와 사람을 죽이는 무기다. 이미 중동에서 테러리스트 제거에 몇 차례 사용했다고 한다. 김정은이 이 기사를 봤다면 머릿속이 어땠을까? 카다피나 후세인, 아니면 오사마 빈 라덴을 떠올렸을지 모른다. 독재국가는 지도자만 제거하면 쉽게 무너진다는 것을 미국은 수많은 전쟁 경험으로 알고 있다. 더구나 미군은 최근 알래스카에서 냉전 이후 최대 규모로 공수부대 침투훈련을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알래스카에서 한반도까지는 2, 3일이면 병력 전개가 가능하다고 한다. 이런 대북 군사 압박은 미국만 하는 게 아니다. 지금 프랑스의 핵 항모 전단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오고 있고 영국도 곧 항공모함을 파견한다고 한다. 전 세계 강대국들이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군사력을 집중시키고 있는 것이다. 당장이라도 무슨 일이 터질 듯한 분위기가 감지되는데도 우리 언론은 국민에게 이런 사실들을 하나도 알려 주지 않는다. 그저 평화만 외치니 국민은 까막눈이 되어 가고 있다. 강대국들이 김정은 하나 잡자고 집결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미 연합군의 최종 목표는 북한이 아닌 중국이다. 김정은 제거는 중국의 수족 중 하나를 잘라내는 것에 불과하다.
중국은 수십 년 동안 국제사회의 눈을 피해 북한 핵개발을 암묵적으로 지원하며 북한의 도발을 부추겨 왔다. 특히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 핵개발이 급속도로 진행된 것은 중국의 배후 지원 때문에 가능했다. 북핵 문제 해결이 그토록 힘든 것은 러시아 탓도 있지만 중국 탓이 더 크다. 중국은 북한으로 하여금 핵과 미사일로 한·미·일을 괴롭히게 하면서 뒤에서는 정치적, 군사적, 경제적 영향력을 확대해 왔다. 중국은 한국에도 정치권과 경제계, 언론계, 문화계 등 사회 전반에 대규모 자금을 비밀리에 투입해 친중(親中)파를 형성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늘날 우리나라가 겪는 혼란과 어려움은 이 같은 중국의 공작에 의한 측면이 강하다는 게 이 분야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중국몽(中國夢), 즉 세계 패권국을 꿈꾸는 중국은 동북아에서는 한반도, 중동에서는 이란, 남미에서는 베네수엘라를 집중 공략했다. 한반도는 ‘일대일로’의 시작점이자 태평양 진출의 교두보로, 이란과 베네수엘라는 산유국으로서 에너지 패권 확보를 위해 중국 편으로 끌어들였다. 중국과 이란은 반미국가로서 과거 제국 시절의 영화에 대한 향수로 동병상련의 입장이다. 또 미국 턱밑에 있으면서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가졌다는 반미 국가 베네수엘라는 중국이 자기편으로만 만들면 막대한 양의 원유 공급선 확보와 함께 미국을 가까이에서 위협할 수 있는 지정학적, 전략적 이점까지 누릴 수 있다. 마치 과거 소련이 쿠바를 손아귀에 넣으려 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쿠바 미사일 위기 당시 미국은 핵전쟁을 각오하고 소련과 정면 대결했고 결국 소련이 굽히고 쿠바에서 철수했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사태를 그냥 두고 볼 리가 없다.
미국은 동맹국들과 함께 북한과 이란, 베네수엘라를 함께 손보고 있다. 물론 최종 타깃은 중국이다. 어쩌자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현재 한국은 여기에서 빠져 있다. 미·중 무역 전쟁을 무역 불균형 해소를 위한 관세 전쟁 정도로 보는 것은 사태를 대단히 안일하고 단편적으로 보는 것이다. 미·중 간 패권 전쟁으로 보는 시각도 전체 그림이 아니다. 중국의 경제발전으로 우리가 잊은 게 있다면 중국이 공산당 1당 독재국가라는 점이다. 중국의 세계 패권 장악 의도는 전 세계에 사회주의를 확산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지금 미·중간 무역 전쟁 이면에는 이처럼 자유민주주의와 사회주의·공산주의의 대결이라는 더 큰 그림이 있다. 이런 엄혹한 세계사적 흐름 속에서 우리 정부와 언론은 친중반미(親中反美)의 길을 가고 있다. 그러면서 이미 망한 중국몽(中國夢)에 참여하겠다고 한다. 그러면 우리의 시장 경제는? 자유민주주의는?
/이웅수 집사
KBS 보도국 기자
신문발행국 논설위원
위 글은 교회신문 <626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