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9-08-05 21:20:35 ]
한일 무역 분쟁으로 시름 깊어지지만
전문가 “한국 경제 근본적 체질을 바꾸고
자립성 키우면 재도약의 기회” 전망
위기의 순간에 우왕좌왕하지 말고
냉정히 자신을 들여다보는 현명함 필요
사람의 진면목은 위기에 처할 때 드러난다. 호화 여객선 침몰을 극화한 전설적 재난 영화 <포세이돈 어드벤쳐>는 극한 상황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인간 군상(群像)과 평소 문명이 감추는 인간의 악덕을 드라마틱하게 묘사한다. 남을 희생시키면서 자기만 살기 위해 발버둥치는 이기적인 인간도 있고, 절망에 빠지면 울부짖기만 해 주변을 낙담하게 하는 사람도 있지만, 침착하게 대처해서 다른 이들에게 용기를 주는 사람도 있다. 모든 것이 순조로울 때는 누구나 여유가 있지만 위기의 순간을 맞으면 숨겨 온 민낯이 드러난다. 위기는 어떻게 보면 우리를 보여 주는 거울이다. 삶이라는 긴 변주곡은 다양한 굴곡을 통해 만들어진다. 화(禍)가 복(福)이 되는 경우도 많고, 절망적 상황에서 평소 보지 못하던 진리를 발견할 때도 많다. 꿈꾸는 청년 요셉은 형제들에 의해 노예로 팔려간 이집트에서 하나님이 주신 지혜로 성실하고 지혜롭게 처신해 총리대신에 오른다. 그리고 위세 당당한 권력의 자리에서 기근에 허덕이다 식량을 구하러 온 자기 형제들이 얼마나 변했는지 시험해 본다. 역사(歷史)에 가정은 의미가 없지만, 만약 요셉이 부모 사랑을 받으며 평탄하게 살았다면 기근이 극심한 상황에서 아버지와 형제들 목숨을 보존하고 이스라엘의 또 다른 역사를 가능하게 한 역할을 하긴 힘들었을 것이다.
환난은 당하지 않는 편이 좋지만 오히려 그것이 새로운 계기가 될 수 있다. 오스트리아의 정신과 의사 빅토어 프랑클은 우울증 치료사로 명성을 날린 인물이다. 그는 나치가 오스트리아를 점령하자 유대인 수용소로 끌려간다. 강제 노역에 시달리면서 시시각각 죽음의 위협에 시달렸지만 깨진 유리 조각으로 면도를 하고 건강한 모습을 유지하면서 인간적 존엄성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가 수용소 생활에서 깨달은 것은 ‘내가 왜 사는지 아는 사람은 어떤 상황도 이길 수 있다’는 것이고, 이 경험을 토대로 ‘로고테라피’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다. 로고테라피는 인간의 자유의지와 삶의 이유를 강조하여 어려운 상황이나 장애를 극복하고 내 삶의 주인이 되게 돕는 정신치료법이다.
필자도 몇 년 전 힘든 시련을 경험했고 처음에는 낙담했다. 하지만 어려움과 맞서면서 내가 살아온 모습을 돌아보며, 왜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위기에 처해 보니 내 허물과 약한 모습이 보였고, 주어진 모든 것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그리고 평소 나를 대하는 사람들의 본마음도 알게 되었다. 그 후부터 어려운 일이 생겨도 믿는 사람답게 소망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어느 순간부터 삶을 주관하는 하나님 섭리에 따라 문제도 극복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지금은 모든 것이 감사하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위기에 처하면 나라의 문제점이 드러나고 적과 친구가 분명해진다. 7월부터 시작된 한일 무역 분쟁 때문에 시름이 깊지만 이 과정에서 대한민국의 현주소와 중장기적 해결 과제도 분명해지고 있다. 예를 들면,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후 핵심 기술력이나 선진 노하우를 갖추지 않고 외국에 의존해 성장하는 경제가 얼마나 취약해질 수 있는지 드러나고 있다. 또 우리가 힘을 갖지 못하면 구한말처럼 다시 강대국의 위협이나 여러 형태의 침탈이 발생할 수 있기에 감히 넘보지 못하게 힘을 키워야 하는 이유도 분명해지고 있다. 그래서 몇몇 전문가는 “하기에 따라 이번 사태가 완제품 수출 위주로 성장해 온 한국 경제의 기본 체질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켜 자립성을 키우면서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평가가 어떠하든 위기의 순간에 우왕좌왕하지 말고 냉정하게 우리 자신을 들여다보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현명함이 필요하다. 위기는 또 다른 기회다.
위 글은 교회신문 <636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