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 훌] 낮아지는 자가 높게 되는 이치 깨달아야

등록날짜 [ 2019-09-05 15:34:46 ]

키루스(Cyrus) 왕은 성경에 ‘바사왕 고레스’라고 나오는 페르시아 제국의 제2대 왕이다. 유대 민족이 아니면서도 “나 여호와는 나의 기름 받은 자 고레스의 오른손을 잡고”(사45:1)로 성경에 기록됐다. 또 바벨론 제국을 무너뜨리고 이스라엘을 해방시켜 예루살렘으로 돌려보내 성전을 재건하게 한 왕이며, 다니엘을 중용했던 왕이니(단1:21) 업적으로 치면 성경과 역사상에 전무후무한 왕이다. 하나님께서 기름 부어 그를 감동시킨 지혜는 놀라운 것들이었다. 힘만 가지고 타 민족에게 군림하지 않았고, 민족 간 분쟁에는 각자 이유가 있음을 간파하여 그들이 공생할 수 있는 방법을 열어 주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의 근간은 키루스의 군사력임을 부인할 수 없는데 키루스로부터 나오는 구심력이 그 뿌리다. 참전하면 항상 최전선에 섰고, 전쟁의 공과를 평가할 때 귀족과 평민을 나누지 않았다. 전리품은 항상 부하 장수보다 덜 가지며, 자신이 모든 장수 중 가장 가난해야 한다는 원칙을 반드시 지켰다. 당시 군대의 전투는 평원에서 강한 말에 무거운 철갑을 입히고 갑옷과 강철 무기(당시 철은 매우 고가품임)로 무장한 중장기병(重裝騎兵)이 제일 앞에서 적군을 짓밟고 지나가면 기동력이 우수한 경기병(輕騎兵)이 도륙하며 2차로 지나고, 보병이 나머지 백병전을 벌이는 패턴이다. 이때 중장기병은 대부분 귀족이었다. 당시 강한 말과 값비싼 철병기는 서민으로서는 구입할 엄두를 낼 수 없었다. 키루스와 그를 따르는 귀족 부장은 대부분 최선봉에서 달려 나가는 중장기병이었고 실제로 말에서 수없이 떨어졌으나 사랑받는 장교가 어떻게 부하들에게 목숨 걸고 지켜지는지를 보여 주는 표본이 됐다. 이 같은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 정신, 곧 ‘귀족(Noblesse)이 더 큰 의무(oblige)를 진다’는 정신이 대제국 페르시아를 일으켰고 전성기까지 로마제국도 선봉의 중장기병 대부분이 원로원 귀족이었지만 모든 제국이 그러하듯이 풍요 속에 타락하면서 무너진다.  따지고 보면 이스라엘의 분열과 패망도 작은 타락에서 시작했다. 야전 최전방의 다윗 대왕 주변에는 항상 목숨 바쳐 충성하는 대장수가 많았다. 그런데 무슨 바람이 불어서 야전 막사가 집과 같았던 다윗이 혼자 왕궁에 남아서 남의 여자를 쳐다볼 한가한 틈을 가졌단 말인가. 다윗의 회개로 죄과는 용서받았어도 고통의 결과는 남았다. 자기 자녀는 사산하고, 사건의 상대인 밧세바가 낳은 아들 솔로몬의 존재로 후일 게슈르 왕의 손자이자 자신의 아들인 압살롬에 의해 처절한 집안싸움이 일어났고, 다윗 자신도 피신하는 수모를 겪었다. 부하 장수에게 쫓기다 압살롬이 죽었을 때 어찌나 대성통곡했으면 “내 아들 압살롬아 내 아들 압살롬아 내 아들아 내 아들아”(삼하18:33, 19:4)라고 성경에 기록할 정도였다. 그 솔로몬은 후일 타락하여 이스라엘 붕괴의 서곡이 됐다.


지금 우리나라는 모든 역사가 보여 준 예외 없는 교훈을 모두 짓밟기로 작정한 듯하다. 여기에는 진보나 보수의 구분도 없다. 정유라라는 한 대학생이 누린 특혜가 촛불을 지피기 시작해 정권를 무너뜨리고 수장을 감옥에 보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커녕 특권, 특혜 등 모든 적폐를 청산하겠다 해서 뽑아 준 정권의 현 모습을 바라보는 국민은 ‘사기당했구나!’라고 느끼지 않을까? 사회가 부패하면 포퓰리즘이 득세하기 마련이다. 올 들어 달러화 대비 각국 화폐 가치를 보면 일본 엔은 4%대, 캐나다는 2.9%, 심지어 멕시코도 0.24% 상승했고 유로도 2.4%, 시끄러운 브라질도 2.7%밖에 절하되지 않았으며 브렉시트로 온 나라가 홍역을 겪는 영국이 달러 대비 -5.4%다. 대한민국은 전 세계 주요 국가들 중 꼴찌로 달러 대비 -8.4%인데도 경상수지 흑자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 주식시장만 봐도 올해 들어 무역 전쟁의 한가운데 있는 중국 선전지수도 20% 이상 올랐고 미국 S&P 500지수도 14%대로 상승했으나 우리나라 코스피(KOSPI)는 -12.7%, 코스닥(KOSDAQ)은 -18.8%로 아프리카 나미비아(Namibia)의 -16%보다도 하락률이 크다. 이게 “세계 경기가 안 좋아서”라고 설명될 일이며 최저의 고용지표와 국내투자지표를 보고 “삶의 질은 좋아졌다”고 정말로 자평할 수 있나?


지금은 모든 걸 해명하겠다고 버틸 때가 아니라 각각의 사회들이 모든 것을 회개하는 운동이 일어나야 할 때다. 교계에도 키루스 왕처럼 가난을 스스로 택하는 영적 지도자가 더 많이 나와야 하고, 교회 안에서도 중직일수록 주차장이 모자라면 걸어오는 한이 있더라도 차를 두고 오는 선봉의 행함이 있어야 한다. 망할 기업은 임원 주차장을 가까운 데 두고 고객은 한참을 내려가게 만들고, 흥할 기업은 그 반대다. 성경대로 섬기고 낮아지는 자가 높게 되는 이치를 깨달아야 한다. 자신이 누릴 수 있는 권리였을 뿐이라고 말하기 전에 부끄러움을 아는 것이 명예다.



위 글은 교회신문 <640호> 기사입니다.


박성진 집사
연세오케스트라상임단장
㈜한국M&A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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