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 훌] 일본 내 혐한·극우 형태 심각성 우려한다

등록날짜 [ 2019-09-10 11:58:47 ]

과거사에 대해 진정한 반성과 사과는커녕
한일 갈등 격화 속 아베 지지율 높아
혐한 콘텐츠 범람·도쿄올림픽 욱일기 게양 등
극우세력 커지며 평화헌법 개정 움직임도
감정적 반일보다 미래 평화 위해 싸워야


필자는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수학하다 서른에 프랑스로 유학을 떠났다. 석사 때까지 독일 철학을 공부했기에 프랑스어를 전혀 못 했지만, 프랑스 철학에 관심이 생기면서 본토에 가서 공부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무작정 떠났고, 2년을 꼬박 어학 과정에 쏟았다. 늦게 시작한 어학 공부였지만 전공 공부에 대한 부담 없이 편하게 유학생활을 만끽했다. 극장에 가도 어학 공부를 한다는 뿌듯함이 있었고, 원어민이나 외국인 친구들과 어울려 놀면서도 공부의 연장이라 생각하면 부담이 없었다. 초급반에서 공부했는데 당시 20명 조금 넘는 외국인 학생이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많이 친해져서 거의 2주에 한 번가량 파티를 열곤 했다. 파티래야 자기 나라 음식을 해서 큰 집에 사는 친구 집에 모여 음악도 듣고 음식도 먹으며 잡담하거나 춤을 추는 것이 전부였다. 특이하게 10명 가까이가 일본 학생들이어서 처음에는 데면데면했지만 이웃 나라이고, 외모와 문화가 비슷해 점점 친해졌다. 일본 친구들과 요리도 같이 해 먹고, 얘기도 나누며 서로에 관해 알 수 있었다. 당시 내가 느낀 것은 일본 학생들이 지나칠 정도로 순진하고, 얌전하며 순응적이라는 것이었다. 여러 명 있어도 별로 티가 나지 않는 게 일본인이었다. 그런데 얘기를 나누다 보면 대부분 역사에 관해 거의 무지하거나 관심이 없었다. 청춘의 피가 뜨겁게 끓고(?) 사명감도 있는 나는 임진왜란에 관해 얘기해 주고 김치 담그는 법도 알려 주면서 민간사절단 노릇(?)을 했다. 아내가 갑작스러운 사고로 식물인간 상태에 빠졌을 때 세 친구가 종이학 천 마리를 접어 상자에 담아서 문병을 왔다. 일본에서는 종이학 천 마리를 접으면 소원이 이루어지니 꼭 쾌차하길 바란다며 우린 친구라고 했다. 그 말을 듣고 정말 눈물 나게 고맙고 감동했다. 당시 일본 친구들은 다양한 배경과 연령대여서 구성이 천차만별이고 체류 인원도 많았지만, 한국 학생은 소수였고, 유학생이 대부분이었다. 나중에 일본에 놀러 오면 꼭 연락하라며 주소를 주고받았지만, 결국 이들을 다시 보지는 못했다.


새삼 옛날 얘기를 꺼낸 것은 당시 의문이 많았기 때문이다. 개개인으로 보면 예의 바르고 선량한 일본인인데 어떻게 이들이 침략 전쟁을 일으키고, 우리나라 사람과 아시아인에게 그렇게 악한 행동을 했는지 궁금했다. 식민통치는 원래 폭압적이지만, 독립투사들과 기독교인들에게 자행한 악명 높은 고문에서 보듯 일제 통치 방식은 유례가 없을 정도다. 창씨개명과 신사참배 강요, 잔인한 처벌, 우리말 사용 금지 등 민족혼 말살 정책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잔혹하며, 패전 후에도 이를 반성하는 기미가 없다. 최근 한국과 일본 두 나라 사이에 무역 전쟁이 격화하면서 우리뿐 아니라 일본도 관광산업 등에 타격을 받고 있지만, 일본에서는 아베 지지도나 한국 응징 찬성 여론이 아주 높다. 방송에서도 혐한 콘텐츠가 범람하고 과거를 송두리째 부정하는 극우 세력이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2차 대전 후 유지되어 온 평화헌법을 개정해 일본을 전쟁이 가능한 나라로 만들려는 퇴행적 움직임이 두드러지는 지금 현상은 우려할 만한 일이다. 일본은 문화 수준도 높고, 개개인은 선량할지 모르지만, 한마디로 역사의식이 없기 때문에 지금처럼 간다면 아시아 국가에 좋은 이웃이기보다는 위협이 될 수 있다. 독일처럼 유럽의 리더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과거를 철저히 반성하고 극복 의지가 있어야 한다. 2020도쿄올림픽 기간에 제국주의의 상징인 욱일승천기를 경기장 안팎에서 사용하겠다고 하는데, 일본의 지향점을 보여 주는 것 같아 불길하다. 우린 미래를 보며 감정적 반일(反日)이 아니라 평화를 위해 싸워야 한다.



위 글은 교회신문 <641호> 기사입니다.


김석 집사
現 건국대 철학과 교수 철학박사(프랑스 현대철학)
신문발행국 논설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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