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 훌] 정치적 비타협성의 포기로 경제에 희망을 바란다

등록날짜 [ 2019-10-31 12:06:27 ]

칠레 독재자 피노체트는 1973년 쿠데타로 집권한 후 1990년 권좌에서 물러나기까지 17년 동안 정치적인 이유로 13만 명을 체포했고, 살해, 불법 고문, 강제추방 등 독재자로 악명을 떨쳤다. 나중에 진상조사위원회가 밝히 바로는 사망·실종자 집계만 1,300명이 넘을 정도였는데도 퇴임 시까지 지지율이 47%에 달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칠레는 원래 정치적으로 안정되고, 라틴아메리카에서 가장 뛰어난 문화·산업 기반을 가진 나라였다. 문제의 발단은 끝없는 좌우 대립과 타협 없는 교착상태의 지속에서 비롯됐다.


1970년 부유층 가정 출신의 지식인이자 이상주의자인 아옌데(1908~1973)가 마르크스주의 국가를 구현하겠다고 공언하며 대통령에 당선된다. 의과대학을 나와 훌륭한 매너와 언변, 수려한 외모를 갖추고 31세에 보건부 장관이 된, 요즘으로 치면 강남좌파였다. 그러나 대통령이 되자마자 모든 경제를 사회주의식으로 통제하며 임금인상을 마구잡이로 단행했다. 결정적으로 외국기업, 대농장, 대기업 강제몰수, 물가 강제 동결, 무상배분 등 정책이 이어지며  경제는 몰락을 거듭하다 1973년 9월 쿠데타가 일어나자 대통령궁에서 자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아옌데에 의한 극단적 사회주의, 반시장주의, 포퓰리즘에 의한 경제몰락, 정쟁에 대한 혐오가 피노체트라는 괴물을 만든 셈이다. 피노체트는 1975년부터 시카고학파를 중용하여 신자유주의 노선을 따르게 하면서 줄기차게 시장경제정책을 펼쳤다. 그 결과 600%까지 치솟던 인플레가 9%대로 떨어지고 성장률은 연 10%를 넘어서면서 기업 경쟁력이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했기에 지금도 피노체트에게 향수를 느끼는 지지자가 많다.


1990년에 정권교체를 이룬 좌파와 중도우파 연합은 지혜로웠다. 피노체트 임기연장 반대에 성공한 17개 정당 연합체이지만 사실상 사회주의 계열인 이들은 정권을 중도파에 양보했다. 극단적인 사회주의 노선과 포퓰리즘이 어떤 파국을 가져오는지, 타협과 조화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17년간의 교훈을 통해 배운 것이다. 심지어 피노체트 정권하의 희생자에 대한 진상조사를 철저히 하고 정부의 이름으로 눈물로 사과하되, 여전히 47% 지지를 받던 피노체트와 주요세력을 처벌하는 데는 인내했다. ‘모든 칠레인을 위한 정치적 비타협성의 포기’라는 용기 있는 일을 해낸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시장경제 정책은 더 강화해 관세율을 2%까지 낮추고 무역을 더욱 개방했다. 칠레는 우리나라와도 농산물 우루과이라운드를 일찍 체결했고 와인을 비롯해 각종 농산물도 가장 많이 수입하며, 남미에서 거시경제지표가 가장 뛰어난 나라라는 점에서 보듯이 관용과 타협과 권력의 공유에서 교훈을 얻었다. 그 결과로 1975년 평균소득은 미국 평균의 19%에서 2000년에는 44%까지 상승했다.
 

경제는 눈속임으로 발전하지 못한다. 아버지가 자식에게 용돈을 더 준다고 GDP가 올라가는 건 아니다. GDP는 생산한 부가가치의 합이다.  이마에 땀이 흘러야 소산이 생기는 것이 법칙이다. 현 정부는 노동 투입 시간을 줄이면 일자리가 많아질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고용시장이 유연하지 못해서 성장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간단한 예로 손님 1명당 만 원짜리 음식을 팔아서 가게 임대료, 재료비, 인건비 등 모든 비용을 공제하고 천 원을 가져가는 영업이익률 10%인 양호한 가게의 주인이라도 종업원 1명을 신규로 고용하면 최저임금과 보험료 등을 포함해 실비용 월 2백만 원을 지출하게 된다. 따라서 매월 손님 2천 명이 더 와야 최소한의 수지타산에 도달하는 셈이니 종업원을 고용할 엄두를 내기 어렵다. 차라리 주문을 전산 단말기로 받으며 인건비 줄이는 게 낫다. 상황이 이러면 금리 낮춰 돈을 풀어도 투자와 고용으로 가지 않는다. 정부는 세금을 더 걷어서 대신 투자를 하겠다는데 방향은 틀리지 않는다. 저금리도 작동하지 않을 때는 재정지출이 더 효과적이다. 문제는 ‘어디에 쓰느냐’다. 돈을 푼 연쇄반응이 더 크게 나타나는 쪽으로 혈세를 배분해야 할 터인데 효과나 유용성이 의문시되는, 같은 사회간접자본라도 혹시 북한에 KTX를 건설한다는 테마라면, 현재 UN 제재나 대미·대북관계를 고려할 때 효과는 의문시되고 국론만 더욱 분열될 것이다. 부디 정권·정파의 이익, 지겨운 정쟁(政爭)을 멈추고 경제에 희망을 주는, 자유시장경제 중심의 ‘모든 대한민국 국민을 위한 정치적 비타협성의 포기’가 실현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위 글은 교회신문 <647호> 기사입니다.


박성진 집사
연세오케스트라상임단장
㈜한국M&A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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