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 훌] 초연결사회를 사는 현명한 자세

등록날짜 [ 2019-11-07 11:58:46 ]

인터넷과 스마트폰 같은 매체가 지배

편리해지는 만큼 잃어버리는 것도 많아

현실 세계의 삶과 만남 회복하면서

지혜롭게 이용하는 현명한 태도 절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네트워크와 즉각적인 상호작용, 그리고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인터넷과 스마트폰 같은 매체가 지배하는 초()연결사회다. 지구 반대편에 사는 지인에게 점심을 먹으며 사진을 찍어 보내거나 답을 받고, 근황을 알리고 뭔가를 공유하고 싶으면 카톡 같은 SNS로 글과 사진을 올리면 된다.


초연결시대는 강의와 글쓰기를 직업으로 하는 사람에게도 편리한데, 인터넷으로 원하는 정보를 쉽게 검색하고, 도서관에 가지 않아도 어지간한 논문이나 전자 자료를 쉽게 이용할 수 있다. 영화나 동영상도 유튜브에 많기 때문에 출·퇴근길에 즐기거나 여가를 보내기 쉬워졌다. 밤에 음식을 시켜 먹을 때도 일일이 찾지 않고 배달 앱을 이용하면 원하는 음식을 좋은 가격에 먹을 수 있다. 호텔 찾기 등 여행 관련한 앱 기능도 날마다 진화하고 있다. 그런데 모든 것이 편리해지는 만큼 잃어버리는 것도 많다.


<호모 사피엔스> <호모 데우스>로 유명한 이스라엘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 교수는 정보화시대에 인간이 사이버 세계에 너무 몰입하기 때문에 자기 몸과 감각을 잃어버려서 심각한 정신적 문제를 겪는다고 비판한다. 실제로 길을 걷다 보면 많은 사람이 스마트폰의 무아경에 빠진 것을 자주 목격한다. 뭔가를 기다리거나 쉴 때도 가만히 앉아 있는 사람을 보기 힘들고, 스마트폰에 얼굴과 손을 바짝 붙이고 사이버 탐사에 빠져 있다.


친구나 심지어 연인들도 카페에 앉아 상대가 아니라 폰만 보는 경우를 자주 목격한다. 이러다 보니 몸의 감각뿐 아니라 나 자신을 잃어버리고 사이버 세계에서 잠시라도 단절되면 불안해하는 스마트폰·인터넷 중독자가 갈수록 늘고 있다. 하라리는 현대인이 자살을 하는 것도 이런 현상으로 설명하는데, 좀 과장은 있지만 초연결사회가 자기 정체성에 균열을 가져오고 정신적 균형을 파괴할 수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현대인들은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지고 손쉽게 지적 호기심이나 쾌락을 즐기게 됐지만 마음의 여유와 자기 성찰에 소홀해져서 영적으로는 빈곤해지고 있다. 기독교뿐 아니라 융 같은 심리학자나 푸코 같은 철학자들도 인간의 영성(spirituality)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는데, 갈수록 현대인의 영성은 메마르고, 고독과 불안은 커진다.


인터넷 인간관계는 어떠한가? 대부분 사람이 밴드나 톡을 하고 있을 것이다. 요즘은 친구들 모임뿐 아니라 공적 조직도 단톡방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예전에는 얼굴을 마주 보지 않으면 만남이 힘들었지만, 이제 전천후로 누구와 언제나 소통할 수 있게 되면서 오히려 인간관계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더 많아지고 있다. 단톡방에 남긴 말 때문에 상처를 받거나 분쟁이 생기는 경우가 단적인 예다.


직접 만나 얘기하다 보면 오해를 풀 수 있는데 SNS는 그 특성상 이것을 받아들이는 사람이 일방적으로 해석하기 쉽고, 자칫 표현이 부적절하면 심각한 불화나 정신적 상처를 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상대에 대한 문제의식이나 의견 차이를 단톡방에 바로 올리면 당사자는 이것을 모욕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는 것이다. 청소년들이 톡방을 만들어 특정인을 불러 모욕을 주고 괴롭히는 사이버 왕따 같은 경우, 오프라인의 괴롭힘보다 더 견디기 힘든 상처를 주는 경우가 많다. 불특정 다수에게 금방 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초연결시대가 나 자신에 대한 관계는 물론 타인과 관계 맺기나 소통에도 적지 않은 폐해를 남긴다. 그런다고 인터넷이나 SNS를 끊고 살 수도 없다. 중요한 것은 살과 피를 가지고 이루어지는 현실 세계의 삶과 만남을 회복하면서 사이버 세계를 지혜롭고 적절하게 이용하는 현명한 태도다.

 

 


 


위 글은 교회신문 <648호> 기사입니다.


김석 집사
現 건국대 철학과 교수 철학박사(프랑스 현대철학)
신문발행국 논설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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