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 훌] 어긋난 공감 vs. 온전한 공감

등록날짜 [ 2019-11-18 13:52:09 ]

요즘은 표현의 자유를 마음껏 향유하는 디지털 시대다. 사이버 공간에서 누구든지 거리낌 없이 의사를 표출하고, 각종 정보를 교환하는 등 긴밀하면서도 역동적인 상호작용을 한다. 그런 반면 특정 정치·사회 문제를 두고 서로 편을 갈라 갈등과 분란을 촉발하거나, 익명성을 악용해 비방과 모욕이 창궐하는 부작용도 커지고 있다. 인터넷상에 특정 이슈가 게재되기라도 하면 네티즌들이 곧장 달려들어 찬반 주장을 펼치다 감정싸움으로 번지고 설화(舌禍)로 이어진다. SNS에 올라온 글을 읽거나 동영상을 본 뒤 인격침해나 명예훼손성 댓글을 달아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집중적으로 가해진 악플에 견디다 못해 대상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도 심심찮게 발생한다.


이런 폐해의 원인을 산업 문명 고도화에 따른아노미’(anomie, 구성원의 욕구나 행위의 무규제 상태) 현상과 결부해 볼 수 있으나, 근본적으로는 타인의 처지와 입장에서 상황을 바라볼 수 있는 능력, 공감(共感) 능력이 결여한 데서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최근 들어 공감 능력이라는 키워드가 사람 사이에서 상당히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공감 능력과 관련해서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정신병리학 교수인 사이먼 배런코언(S.Baron-Cohen)은 사람의 성향 파악에 이용할 수 있는스펙트럼두 가지를 꼽는다. 바로공감 능력체계화 능력이다. 공감 능력은상대방이 어떤 감정과 생각을 가졌는지 알아내고, 여기에 적절한 감정으로 반응하는 힘이고, 체계화 능력은체계 안에 들어 있는 변수를 분석해 내거나, 어떤 체계에서 행동이 나타날 때 그것을 지배하는 숨은 규칙을 분석해 내려는 힘이라고 한다.


이와 관련, 미국 사회심리학자 조너선 하이트(J. Haidt)는 저서 『바른 마음』에서만일 여러분이 상상력을 자극하는 소설을 좋아하고 모르는 사람과도 편하게 대화를 나누는 경우가 많다면 공감 능력이 평균 이상일 것이라며딱딱한 비소설을 좋아하거나 기기 사용 매뉴얼을 읽어 낸다면 체계화 능력은 아마도 평균 이상이라고 볼 수 있다고 언급한다.


세계사적 인물 중에는 공감 능력은 낮고 체계화 능력이 높은 사람이 있다. 18~19세기 공리주의의 거장인 제러미 벤담(J. Bentham)이 대표적인 인물인데, 인간관계가 형편없어 늘 외톨이 신세였다고 한다. 동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이벤담은 주변 사람들을 한여름에 날리는 파리만도 여기지 않는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을 정도라니, 그의 성향을 짐작할 수 있다.


물론, 타고난 성향도 있음을 고려하면 공감 능력이 떨어진다는 이유만으로 무턱대고 나쁘게 볼 것은 아니다. 하지만 추론 능력은 있고 공감 능력이 낮은 사람이 이성과 분별에 기반한도덕적감정이 결여되었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일탈행위의 잠재적 위험군으로 분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상에서 무책임하게 남의 사생활을 침해하거나 타인을 비방·모욕·음해하는 등 악플을 일삼는 자들은 이런 부류에 속할 가능성이 있다. 공감 능력은 낮고 도덕적 감정이 결여된 사람이 심지어반사회성까지 띤다면 폭력적 사이코패스가 될 수 있다. 연쇄살인이나 성폭력과 같은 흉악범죄를 저지르고도 죄책감·수치심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사이코패스는 추론 능력은 있지만 타인을 배려하는 감정이 눈곱만큼도 없다고 한다.


한편, 공감이라는 용어가 다양한 상황에서 사용되는 만큼 오·남용해서는 안 될 일이다. ‘폐쇄적 공감을 예로 들 수 있는데, 이는 가치관과 성향이 비슷한 집단 내 사람들끼리만 생각을 주고받는 것을 말한다. 폐쇄적 공감은 공정과 바름을 상실한 채, 집단이기주의나 분파를 조장할 수 있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 그래서 진정한 공감 능력은 내집단(內集團)뿐 아니라 외부의 사람과 열린 관계에서 발휘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도덕적 감정이 깃든 높은 공감 능력은 주님의 사랑, 긍휼, 자비 같은 성경적 가치와도 궤를 같이한다. 예수는 바리새파의 기득권을 뿌리치고, 병들고 고통받는 자, 죄짓고 소외된 자들에게 다가가 함께 아파하고 불쌍히 여기며 필요를 채운 공감 사역의 표상이다. 그리스도인들은 온전한 공감 능력으로 하나님의 뜻을 이룬 예수의 삶과 정신을 본받아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신앙의 현주소를 점검하기를 바란다.




위 글은 교회신문 <650호> 기사입니다.


문심명 집사
국회사무처 근무
29남전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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