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9-12-03 11:39:47 ]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2% 달성이 어렵다. 경제성장률이 어느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동네 구멍가게에서 중견기업, 대기업에 이르기까지 투자·유지비용을 회수하지 못하고 도산·폐업하는 비율이 급증한다.
초(超)저성장이나 마이너스성장이 장기화하면 사회안전기반이 붕괴된다. 현재 우리나라가 그런 단계는 아니지만 어느 시대, 어느 사회나 그런 국면에 접어들면, 먼저 부유층의 것을 빼앗아 나눠 갖자는 방식인 ‘포퓰리즘’과 ‘파시즘’에 빠지고, 이보다 야만화한 사회에서는 약탈 현상이 발생한다. 남은 경제기반까지 붕괴되는 단계에 접어들면 극단적 궁핍에 따른 극단적 변혁, 가령 군사 쿠데타가 출현한다.
미·중 무역 분쟁 가운데도 각국이 두 자릿수 주가지수 성장을 지속하는 마당에, 민간 성장은 마이너스이고 성장률은 국가 재정을 쏟아부어 간신히 1%대를 유지하는 우리나라의 현 상황을 직시하고 진실을 왜곡하지 말아야 한다. 무엇보다 우리나라는 끊임없이 경쟁력 높은 상품을 개발하지 않으면 국제경쟁에서 도태되고, 경쟁에서 밀리면 앞으로 성장 기반이 크게 훼손되는 ‘대외 의존도가 매우 높은 나라’라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한마디로 수출이 나라를 먹여 살리기 때문에, 국가 간 첨단 테크놀로지 무한경쟁 시대에서 주도권을 한 번 놓치면 따라잡기 어렵다.
2009년 애플이 최초의 스마트폰인 ‘아이폰’을 내놓자, 당시 삼성 스마트폰 관련 임직원들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를 앞두고 퇴근 없이 일했다. 누가 알았을까. 그와 같은 절박한 집중력이 오늘날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애플과 삼성, 그리고 나머지들’로 양분(兩分)하게 만든 결정적인 밑거름이 되었다는 것을. 당시 한두 시즌 개발 주기(週期)를 놓친 회사들은 문을 닫았거나 지금까지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10년 전 리먼 브라더스 사태(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나 20년 전 외환위기를 겪고도 금세 털고 일어났다. 그때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는 반도체뿐 아니라 조선·철강·석유화학·자동차에서 최상위였고, 타 OECD국가들이 욕하거나 조롱할 만큼 일을 많이 하는 나라였기 때문이다. 그때는 일자리도 많았다. 하지만 현재는 정부 주도 저소득층 구제근로가 고용시장을 대변한다.
요즘은 삼성 계열사에서도 저녁 6시면 업무용 컴퓨터가 강제로 꺼진다고 한다. 내년부터는 초과근로시간을 포함해 주당 최대 52시간 이상 일을 못 하게 하는 제도를 중소기업에도 확대해서 시행하는데, 민간 부문의 경제 위축이 반전할까? 올해 9월까지 정부가 재정 집행률을 84.3%까지 몰아 쓰면서 애쓴 덕에 3분기까지 경제성장률을 누적 1.7%p로 만들었다. 하지만 민간이 3분기까지 -0.6%p여서 1.1%밖에 달성하지 못했다. 4분기에 1% 이상 달성하지 못하면 경제성장률이 2%가 안 되는데, 이미 재정실탄은 거의 다 썼다.
노동시간은 줄이고 노동비용은 올려놓았으나 고용시장의 유연성은 경직되니, 고용과 국내 투자가 준다. 건설투자도 규제 탓에 주택 부문뿐만 아니라 생산시설과 사회 인프라까지 위축돼 올해 들어서만 3분기까지 -0.7%다. 반도체 물량이 순수출에서는 증가하고 가격하락에서는 어느 정도 멈추면서 상반기 -0.3%에서 3분기에 1.3% 증가로 돌아선 것은 다행이다. 그대신 9월까지 반도체 수출 금액이 전체의 25%나 되는 만큼 우리나라는 이제 더는 자동차·화학·조선·철강 강국이 아니다.
자영업자의 사업소득은 지난 3분기에 16년 만에 최대 폭으로 줄었다. 고소득인 5분위 -12.6%, 4분위 -10%로 전체는 -4.9%가 됐다. 고소득일수록 감소 폭이 커서 소득격차가 줄었는데, 이런 평등과 진보를 원했던 것은 아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저소득층 역시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만큼 해 보고, 이토록 참혹한 결과가 나타났으니 현재의 소득주도성장 경제모델, 유럽형 사회주의(social capitalism) 모델에 대하여 ‘스톱로스(stop loss)’를 고민해 보자. 훌륭한 투자가들도 잘못된 투자로 손해를 보기도 하지만, 손해가 커지는 것을 막으려고 포지션을 정리하는 ‘스톱로스’를 잘한다. 자금 운용자들은 손해를 볼 때마다 늘 이 말을 되새기라고 배운다.
“나는 나의 포지션에 대해 객관적인가, 자존심이나 오기를 부리는 감정적인 상태는 아닌가?”
위 글은 교회신문 <652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