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 훌] 미-이란 충돌, 경제·안보 대책 마련 시급

등록날짜 [ 2020-01-14 16:10:56 ]

아직은 제한적이지만 장기화 땐 불똥 튈 듯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시 원유 수입 직격탄

동맹이냐 단교냐, 파병 놓고 정부 고뇌 중

 

미국과 이란의 강경 대치로 중동에 전운(戰雲)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이 1 3(), 이라크 국제공항에서 무인기(드론) 정밀타격으로 이란의 군부 사령관을 제거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이란은 즉각 미국에 피의 보복을 천명했고, 8() 이라크에 있는 미군 기지에 탄도 미사일 수십 발을 발사했다. 이에 앞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란이 보복한다면 최신 무기로 막대한 수준의 비대칭적 응징을 가하겠다고 강력히 경고한 바 있다. 이란과 그 지지 세력은 미국이 다시 공격한다면 미국의 핵심 동맹인 이스라엘을 지구상에서 사라지게 하는 방식으로 텔아비브, 하이파 등 주요 도시를 가루로 만들겠다고 선언한 상황이다. 자칫 양국 간 전면전으로 비화할 조짐에 국제사회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근 양국의 극한 대립은 지난해 12월 이라크 주둔 미군 기지가 공격받은 사건에서 비롯됐다. 당시 미군 기지가 로켓포 공격을 받아 미국인 1명이 숨졌다. 미국은 이란의 지원을 받는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를 지목하고, 이들 군사 시설 여러 곳을 전투기로 폭격했다. 시아파 추종 세력들이 이에 대한 보복으로 이라크 주재 미국 대사관을 습격하자, 미국은 이들의 공격 배후가 이란이라고 보고 이란의 군부 핵심인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폭살(爆殺)한 것이다.


양국의 뿌리 깊은 갈등 관계를 고려하면 결국 올 것이 왔다는 지적이다. 1960년대 미국은 석유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려 이란의 팔레비 왕조와 우호를 다졌다. 그 뒤, 서구 문물이 이란에 급격히 유입해 자유분방한 친미 체제로 변화했다. 하지만 반미 감정 확산으로 이슬람인들이 반기를 들자 왕실의 권위는 흔들렸고, 1979년 이슬람 혁명 지도자 호메이니가 왕정을 타도하고 이슬람 공화국을 수립했다. 같은 해, 이란은 망명한 팔레비 국왕의 신병 인도를 미국에 요구했다가 거절당하자 과격 시위대가 테헤란에 있는 미국 대사관을 점거하고 미국인 50여 명을 무려 444일간 인질로 억류했다. 미국은 인질을 구출하려 특수부대까지 투입했지만 실패로 끝나 쓰라린 상처로 남았다.


이란은 이슬람 혁명 이후 이스라엘, 미국, 서방 국가는 물론 중동 국가들과도 사이가 좋지 않아 안보의 불안감을 떨치지 못했다. 유일한 해결책은 핵무기 보유라고 판단해, 2000년대 들어 핵 개발을 선포하기에 이르렀다. 미국은 이란의 핵 개발을 저지하려 노력한 끝에 2015년 미국-이란 핵협정을 맺었지만, 트럼프 행정부 들어서 이란을 신뢰할 수 없다 하여 2018년 핵협정 탈퇴를 발표하고 혹독한 경제봉쇄를 단행해 양국 관계는 다시 악화일로를 걷게 됐다.


이란은 미국의 핵협정 탈퇴에도 한동안 핵 합의 자체를 파기하지는 않았지만, 이번 자국 사령관의 죽음을 계기로 미국, 유럽 국가들과 맺은 핵 합의를 더는 이행하지 않겠다고 파기를 선언했다. 이란은 1년 남짓이면 핵무기를 생산하리라 보이는데, 이 경우 중동 핵 위기가 다시 몰아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더욱이 우리 입장에서는 미국의 관심이 분산돼 북핵 문제가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동은 물론 동북아를 포함한 국제 정세가 큰 불확실성에 빠질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외교와 경제가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미국과 이란의 충돌로 국제유가와 금값이 치솟고, 주가는 모두 급락하는 등 세계경제가 요동치고 있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이 특히 염려된다. 이란이 보복을 확대하는 가운데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잇는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기라도 한다면, 한국 원유 수입이 직격탄을 맞게 된다. 한국 원유 수송선 70~80%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기 때문이다.


한편,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에 한국군을 파병하라고 압박하고 있는데, 방위비 분담금 협상 등 현안과 맞물려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우리 정부의 고뇌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최악의 상황까지 고려하여 지혜와 역량을 끌어모아 만반의 대비책을 강구해야 한다.

 

 


위 글은 교회신문 <658호> 기사입니다.


문심명 집사
국회사무처 근무
29남전도회


이 기자의 다른 뉴스 보기

    아이디 로그인

    아이디 회원가입을 하시겠습니까?
    회원가입 바로가기

    아이디/비번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