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 훌] 신천지 망상과 맞서려면 더 지혜로워져야

등록날짜 [ 2020-03-02 16:00:21 ]

잇단 경고 무시한 정부 대응도 문제지만
선택된 자 되려고 직업도 가족도 팽개치고
과대망상에 빠진 신천지 더 우려스러워
실체 알리고 사상과 제도 자체 무너뜨려야


2월 18일 대구에서 처음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서 소강상태로 들어가던 코로나사태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2천 명이 넘는 확진자가 생기고, 감염 때문에 온 나라가 마비되고, 국민은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 불안에 떨고 있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이번 코로나 재앙을 초기 대응단계에서 정부가 질병관리본부, 대한의사협회와 대한감염학회 등이 수차례 제기한 권고와 의견을 무시한 결과로 보고 있다. 중국에 대한 전면 입국 금지 내지 이에 준하는 입국지역 제한 확대를 묵살한 것이다. 그런 방심의 틈을 코로나19가 신천지에 뚫고 들어와 재앙을 낳았다. 보건 당국이 역학조사를 위해 신도 명단을 요구했지만 누락자가 있어 비난이 거세고, 자신들의 행적에 대해 거짓말을 일삼으면서 신천지가 왜 이런 행동을 하는가에 대한 의문점도 커진다.


다른 이단과 마찬가지로 신천지도 독특한 교리와 점조직 형태의 비밀활동 방식을 고수하면서 공격적으로 기성교회를 파괴하고 있다. 신천지는 교주 이만희를 이 시대의 재림예수나 요한처럼 떠받들면서 그를 절대불사의 신처럼 생각한다. 또 문자 그대로 14만4천 명이 다 차면 종말이 오고, 이들이 새로운 세상(신천지)의 왕이 된다고 주장하면서 구원받은 자들은 죽지 않는다는 육체영생교리도 정상인의 사고방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벌써 종말이 시작되었다고 믿기에 모든 재산을 바치고, 직업과 가족도 내팽개치면서 선택된 자가 되기 위해 포교에 안간힘이다. 이들은 자신들 장막을 보호하기 위해 거짓말이나 위법 행동을 하면서도 전혀 가책을 느끼지 않고 심지어는 가족에게도 정체를 숨긴다.


필자가 지적하고자 하는 것은 이들의 교리나 행동이 아니라 이들이 신봉하고 실천하는 믿음과 삶의 방식이 전형적인 망상증(편집증)과 닮았다는 점이다. 정신분석이론에 따르면 현실을 인정하고 갈등을 내적으로 수용하는 신경증과 현실을 부정하고 망상을 믿는 정신병은 질적으로 다른 정신 상태다. 보통 정신병하면 인격이 완전히 붕괴되고, 눈에 초점도 없이 횡설수설하는 이미지를 연상하지만 그것은 정신분열증(조현병)이고 망상증은 특정 논리에서만 일탈적이고 다른 부분에서는 정상처럼 보인다.


예를 들어 박해망상에 빠진 사람도 논리적이고, 지적으로 사태를 설명하고 행동할 수도 있지만 모든 것을 박해 상황으로 해석하는 점에서 일반인과 차이를 보인다.


망상에는 구원자 망상, 과대망상, 피해망상 등 여러 가지가 있다. 흔히 보는 의처증 같은 것도 망상증의 일종이다. 망상증에 빠진 사람은 자신의 문제를 절대 객관화하지 못한다.


그런데 신천지에 빠진 사람을 지능이 모자라거나 정신장애가 있는 저능아나 특이한 사람처럼 선입견을 가지고 대한다면 신천지에 맞서기 힘들다. 이번 코로나 감염 조사 과정에서 공무원이나 간호사, 선생님 등 전문가 중에서도 신천지 신도가 나와 사람들이 깜짝 놀랐는데 그들이 철저하게 자신을 감추면서 목적의식적으로 행동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정상인처럼 위장하지만 신천지에만 구원이 있고, 자신은 특별한 존재라고 믿는 전형적 구원자 망상의 지배를 받는다.


망상의 큰 특징 중 하나는 자신의 믿음이 잘못일 수 있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하고 점점 그 논리에 깊이 빠지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망상적 믿음은 계속 현실과 충돌하면서 허점을 드러낸다. 그러나 이단들은 믿기 힘든 주장을 서슴없이 하다가도 상황이 바뀌면 그것을 정당화하는 또 다른 논리를 개발하고 추종자들은 그것을 의심 없이 받아들인다.


지금 상황에서 혐오의 감정으로 이들을 비난하고, 탄압하면 오히려 지하에 숨거나 그들의 과대망상만 키워 줄 수 있다. 사회 자체에서 그들의 교리와 거짓 믿음이 고립될 수 있도록 본질을 폭로하고 실체를 알리면서 신천지 사상과 제도 자체를 무너뜨려야 한다. 영적인 싸움이다. 맹목적인 망상과 싸우기 위해서는 신앙인들이 더 경건하고 지혜로워야 한다.





위 글은 교회신문 <665호> 기사입니다.


김석 집사
現 건국대 철학과 교수 철학박사(프랑스 현대철학)
신문발행국 논설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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