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 훌] 미사일과 친서…김정은의 노림수는

등록날짜 [ 2020-03-17 15:33:57 ]

코로나19에 대한 북한의 대응은 어느 나라보다 신속하고 강력했다. 북한은 지난 1월 28일 일찌감치 국가비상방역체계를 선포하고 사흘 후에는 중국 국경을 봉쇄했다. 항공편도 차단하고 해외에서 입국한 사람들은 무려 40일간이나 격리했다. 북한 무역의 90%를 차지하는 중국과 모든 거래를 중단했고 달러와 현금을 가지고 들어오는 중국 관광객들마저도 입국을 차단했다. 대북제재로 인한 극심한 경제난에도 북한은 극약처방을 마다하지 않았다.


북한은 또 외교적 마찰과 각국의 불만을 무시하고 심지어 평양에 주재하는 대사관 직원들과 국제기구의 외국인들까지 격리 조치했다. 러시아와 영국, 독일 등 20여 국 대사관 직원들은 북한이 특별기를 마련해 내보내 줄 때까지 대사관이나 집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북한 당국은 이어 지난달 8일 건군절 기념 열병식을 취소했고 4월 12일로 예정돼 있던 평양 마라톤 대회도 취소했다.


현재 북한은 외부와 연결되는 육해공 모든 통로를 차단한 상태에서 경제는 더 악화되고 있다. 북한 최대 규모인 김책 제철소와 무산 광산은 거의 가동을 멈췄고 대북제재의 감시망을 피해 이뤄지던 석탄 밀수출 등도 코로나19 사태로 끊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무역과 관광, 밀수 등 외화벌이 통로가 거의 막힌 셈이다. 북한의 대남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경제적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초특급 방역 조치를 취한다는 것은 누구나 쉽게 결심하고 실천에 옮길 일이 아니다”라며 처음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실토했다.


북한이 이렇게 스스로 목을 조일 수밖에 없는 까닭은 코로나19 확산이 곧바로 체제 위기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바이러스 차단에 실패하면 주민들의 분노가 김정은 정권을 향하게 되고 주민들이 생필품을 사고파는 장마당을 폐쇄해야 하는 상황이라도 온다면 불만은 걷잡을 수 없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자칫 폭동이 날 수도 있다. 하지만 최악의 시나리오는 역시 북한군에 바이러스가 확산되는 것이다. 북한 군인들은 일반 주민들보다 열악한 환경에서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는 데다 집단으로 생활하고 있어서 일단 바이러스가 침투하면 대규모 확산을 막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노동신문은 1월 28일 코로나19 감염에 대해 “국가의 존망”이 걸린 문제라고 했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이미 북한에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한 폐렴이 본격적으로 유행하기 전, 차단조치에 들어가기 전에 이미 중국 관광객 수만 명이 평양을 다녀간 게 확산의 주원인이라고 북한 소식통들은 전하고 있다. 국경 지역 주민들은 물론이고 군인들까지 수천 명이 격리 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더 확인이 필요하지만 상류층까지 바이러스가 퍼져 김정은이 원산으로 피신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한다. 자연스럽게 북한 체제 위기설, 붕괴론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북한 붕괴론, 급변사태설은 여러 차례 제기돼 왔다. 구소련 붕괴 이후 1994년 김일성이 죽고 고난의 행군이 찾아왔을 때, 2000년대 김정일 건강이상설이 제기됐을 때, 또 2011년 김정일이 죽고 김정은이 권력을 승계했을 때였다. 하지만 북한은 무너지지 않았다. 북한은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감시와 통제 시스템으로, 그리고 중국의 지원으로 명맥을 유지해 왔다. 이번에도 북한 급변사태설이 제기되고 있지만 북한이 무너질 가능성은 적다. 김정은이 죽더라도 다른 백두혈통을 내세우거나 집단지도체제 등으로 체제는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문재인 정부를 겨냥해 대남도발에 나서고 있다. 김정은은 지난 2일 원산에서 동해안으로 60밀리 방사포로 추정되는 미사일을 두 발 발사했다. 또 이튿날인 3일 밤 11시, 김정은의 분신으로 여겨지는 김여정은 “청와대의 저능한 사고방식에 경악한다”는 원색적인 비난을 담은 담화문을 내며 연일 도발을 이어갔다. “주제넘은 실없는 처사”, “겁먹은 개가 요란하게 짖는다” 등 이번에도 거의 욕설에 가까운 표현으로 문재인 정부 청와대를 비난했지만 청와대는 꿀 먹은 벙어리였다. 그러더니 김정은이 이번에는 코로나 극복을 응원한다며 친서를 보내자 문재인 대통령은 반색하며 답장을 보냈다. 하지만 김정은은 또 안중에 없다는 듯 포병부대 훈련을 지휘하는 모습을 보여 주며 청와대를 우롱했다.


김정은은 ‘초특급 방역’과 함께 대남 도발로 코로나19 위기를 넘기려는 듯하다. 가뜩이나 서울과 수도권까지 바이러스가 확산돼 국가적 비상사태가 계속되고 있는데 북한 도발까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속상하고 안타까울 뿐이다.




위 글은 교회신문 <667호> 기사입니다.


이웅수 집사
KBS 보도국 기자
신문발행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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