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 훌] 획일적 예배 중단 요구 설득력 없다

등록날짜 [ 2020-03-28 11:18:13 ]

모든 교회에 동일한 잣대 행정조치 내리며

더 위험한 곳 놔두는 이중 잣대 설득력 없어

예배를 부정적으로 보도하는 언론도 한 몫

한국 교회에 찬물 끼얹고 국론 분열시킬 뿐


지난 3월 13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유학 중인 딸을 한국으로 급히 불러들였다. 당시만 해도 스페인 사정이 지금처럼 심각하지는 않았다. 스페인의 코로나 사망자가 27일 현재 4000명을 넘어섰다. 그보다 20일 전인 3월 8일에 열린 ‘세계 여성의 날’ 행사에는 코로나19가 이탈리아를 비롯해 유럽 전역에 번지고 있는데도 스페인 마드리드 광장에 운집한 인파들은 마스크도 착용하지 않는 모습에 매우 놀랐다. 정부가 따로 통제하지도 않는 모습을 보면서 앞으로 펼쳐질 상황을 예상할 수 있었다.

딸을 마중하러 인천공항에 갔다. 그때만 해도 딸이 이탈리아에서 온 유학생도 아니고 열도 없었기에 반드시 선별검사소를 방문할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집에 돌아오자마자 비접촉 체온계를 사용해 몇 시간 간격으로 체온을 재는 등 각별한 주의를 기울였다. 만에 하나 딸아이로 말미암아 내가 감염되면 직장에 몰고 올 연쇄적 파장이 너무나 클 것이기에, 처음 일주간은 누구와도 함께 식사하지 않았고 물론 마스크는 항상 끼고 있었다.


또 딸이 귀국한 지 2주 지난 현재까지도 우리 교회의 방침에 따라 우리 가족은 교회 울타리에 발을 들여놓지 않았다. 교회에서 임명한 ‘코로나19 방역대책회’의 코로나19 감염 방지 예방 특별공지에 따르면, 자가격리 대상자는 본인이나 가족 중에서 국내 의심 지역을 방문했거나, 직장을 폐쇄한 이력이 있거나, 해외에서 귀국한 자가 있는 경우 30일간 교회로부터 격리다. 불가피하게 해외에 머물 때를 제외하고는 주일 예배에 빠져본 적이 없었기에 지금까지 해온 격리 기간과 앞으로도 2주 넘는 기간이 무척 낯설고 길게 느껴진다. 감사하게도 딸아이는 지금까지 건강하지만, 현재 스페인과 유럽에서 벌어지고 있는 코로나19 확산 사태와 해외 귀국자들의 높은 감염률을 보면서 우리 교회의 이 같은 방침이 얼마나 올바른지 알 수 있다. 해외귀국자는 병원 전산에 2주간 기록이 올라와 코로나19의 증상 유무와 관계없이 일반진료가 거부되는데, 연세중앙교회의 격리 기간은 그보다 2배 긴 4주간 격리해야 한다. 일부 의료연구 결과에 따르면, 무증상 잠복기가 20일을 넘어서는 경우도 있어 납득할 만한 조치다.


집에만 있어 답답해하는 가족을 데리고 지난 3월 21일(토)에 마스크를 낀 채 봄 산책하러 나갔다가 놀라운 장면을 목격했다. 집 근처 음악당 공원이나 일부 실내 홀, 심지어 대형 백화점까지도 많은 인파가 운집했고, 일부 명품매장들에는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마스크를 하지 않은 사람도 어림잡아 20%는 돼 보였다. 그런데 언론들은 일제히 “교회·클럽 중단 안 하면 행정명령… 구상권도 청구할 것”이라는 헤드라인으로 종교시설-유흥시설을 한데 묶어 일방적으로 문 닫으라고 경고하면서 잘못되면 구상권을 청구한다고 강력히 경고했다. 대통령도 나서서 “예배 열겠단 교회들 걱정”, “박원순·이재명 교회 관련 조치 지지”라며 예배 중단을 간곡히 당부했다.


물론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의 취약성을 고려할 때 교회가 지니는 약점이 있고, 지금까지 몇몇 교회의 잘못된 사례도 있다. 이는 콜센터나 요양원의 경우와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모든 교회에 동일한 잣대의 일방적 행정조치를 내리면서도 이보다 훨씬 더 위험하고 통제가 안 되는 불특정 다수의 쇼핑몰, 유흥시설, 대중교통 등을 놔두는 이중 잣대는 설득력이 있는가. 개별 교회들의 방역, 통제 능력에 대한 일말의 평가도 없는 획일적인 조치를 얼마나 납득할 수 있을까? 언론에 발표할 때 교회-클럽을 같은 프레임(frame), 곧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의 틀로 묶는 이면에는 종교활동은 먹고사는 경제와 상관 없잖으냐는 의식이 엿보이고 이를 종교탄압이 아니라 항변하지만, 무엇이 탄압이고 무엇이 차별인지 모르는 듯하다.


혹여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처럼 마트를 포함해 사람이 모이는 모든 형태의 집회와 대중교통까지 중단하는 행정명령이라면 수긍할 수 있지만, 수많은 국민을 약국 앞에 날마다 다닥다닥 줄 세워두면서도 이런 설득력 없는 획일적 조치는, 모두 합심하여 난국을 이기고 이 역병이 떠나가서 멈춘 대한민국이 다시 살아나기를 기도하는 한국 교회에 찬물을 끼얹고 나라를 분열시킬 뿐이다.

위 글은 교회신문 <669호> 기사입니다.


박성진 집사
연세오케스트라상임단장
㈜한국M&A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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