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20-04-18 11:01:08 ]
전 국민 건강권 확보로 방역에 단단히 한몫
반면 미국은 사보험이 근간 이뤄 치료 주저
확진자 줄었지만 ‘초연결 사회’ 방심은 금물
새 국회 국난 극복에 혼신의 힘 쏟기를 소망
전 세계가 코로나19의 팬데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확산세가 현저히 줄어든 상황이다. 지금까지 거둔 코로나19 대응 성과는 우리 보건당국이 방역 역량을 집중하고 성숙한 국민의 협조에 힘입은 바가 크다. 민관이 협력해서 신속히 진단하고 대응에 총력을 기울였기에 가능했다. 외국처럼 국가적인 봉쇄를 단행하거나 ‘사재기’ 등 국민이 큰 동요를 일으키지 않고 일궈낸 방역 성과에 미국 등 여러 나라에서 한국을 ‘코로나 방역 모범국’이라고 찬사를 보내면서, 우리 방역 방식을 배우거나 진단 도구를 지원해달라는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이러한 성과에는 과거 신종플루·메르스와 같은 감염병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한 방역 경험 이외에도 정보의 투명성, 안정적 의료 인프라와 ICT 기술 즉, ‘소프트파워’* 덕분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무엇보다도 우리 의료 체계의 근간인 ‘국민건강보험’이 우리 국민의 건강권을 든든히 받쳐주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 건강보험은 감염병 환자들이 비용 걱정 없이 적극적으로 진료를 받게 유인(誘引)하는 사회안전망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한편, 수많은 나라에서 부실한 방역으로 감염자가 속출하는데, 그중 미국 상황이 가장 심각하다. 미국은 코로나19 환자 수가 약 66만 명에 이르고, 사망자는 3만 2천 명을 넘었다(4월 17일 기준). 미국의 감염병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중국에서 처음 생기자 올해 초부터 트럼프 정부에 적극적인 방역을 요청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를 묵살한 탓에 신속한 초기 대응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있다. 감염병이 확산한 뒤 의료 인력과 장비 등의 부족으로 진단을 효율적으로 실시하지 못했고, 이동 제한과 마스크 착용 방침을 명확히 하지 않아 방역 정책이 흔들렸다.
하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감염병 사태를 키운 근본적인 원인이 미국의 부실한 의료보험 체계에 있다고 분석한다. 미국 의료보험은 사보험이 근간을 이루고 있는데,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사람이 약 2,750만 명(2018년 기준)에 달한다. 이들은 질병에 걸려도 병원비가 턱없이 비싼 탓에 치료를 주저할 수밖에 없다. 이번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많은 까닭이다. 이 같은 의료체계의 빈틈은 세계 최고 소프트파워 국가인 미국에 크게 부끄러운 일이다. 과거에 미국은, 전 국민이 의무 가입하는 한국의 건강보험체계처럼 국가가 책임지고 자국민 전체를 보험에 강제 가입시키는 정책을 몇 차례 시도했으나, 가입의 ‘강제성’이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점이 있어 번번이 반대에 부딪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미국의 사례를 보듯, 감염병은 선진국에서는 생기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잘못이다. 세계 곳곳에서 감염병이 꺾이지 않고 있고 백신이 아직 개발되지 않는 이상, 우리만 상황이 나아졌다고 해서 방심하거나 자만해서는 절대 안 될 일이다. 국경 없는 초연결 시대에 언제든지 다시 크게 퍼질 수가 있다는 점을 명심하고 긴장의 끈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 무증상 감염이나 완치자가 재확진되는 사례가 있는 만큼, 보건당국의 면밀한 후속 대응에 모든 의료기관과 국민이 협조를 이어가야 한다.
이번 총선 투표율(66.2%)이 2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슈가 온통 코로나19에 빨려든 ‘코로나 선거’가 된 만큼, 당선자들에 거는 국민의 열망은 여느 때와 다를 것이다. 새 국회는 감염병으로 인한 국난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국민의 고통을 덜어주는 데 혼신의 힘을 쏟아야 한다. 또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확산이 언제든 다시 생길 수 있는 만큼, 국민의 안전을 담보하는 사회안전망을 촘촘히 점검하는 데도 입법 역량을 기울여야 한다. 국민에게 신뢰를 회복하는 21대 국회가 되기를 소망한다.
*소프트파워(Soft power)=경제제재나 군사력 등 물리적으로 표현되는 힘인 하드파워(Hard power)에 대응하는 개념으로, 정보·과학·문화·예술 따위를 내세워 상대방의 행동을 바꾸거나 억제할 힘을 말함.
위 글은 교회신문 <672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