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20-05-16 11:18:06 ]
코로나의 역설…인간 멈추자 지구 살아나
전문가들 기후변화 못 막으면 더 큰 재앙 경고
해수면 상승 2100년 2~3m에 달할 수도
지구 생명의 온도 ‘1.5도’…화석연료 줄여야
대한민국 하늘이 맑고 공기 질도 부쩍 좋아졌다. 다른 나라도 그럴 것이다. 세계 각국이 코로나19에 대응해 갖가지 조치를 한 덕분에 공장 가동, 교통 운행 등 전반적인 경제활동과 사람 이동이 줄어든 결과다. ‘온실가스’를 유발하는 산업 활동이 지구 환경을 악화하는 것은 아닌지 충분히 의심해 볼 수 있다. 이것만 놓고 보면, 코로나19의 역설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바꿔 생각하면, 지구 환경 악화로 인한 ‘기후변화’가 코로나19를 더욱 악화했다는 일각의 지적도 있다. 기후변화와 바이러스의 상관관계를 풀기 위한 연구가 필요하지만, 기후변화를 막지 못하면 더 큰 팬데믹이 닥칠 것이라고 전문가들이 경고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기후변화의 주범인 ‘지구 온난화’는 이산화탄소와 메탄 등 온실가스가 원인이다. 온실가스는 기온 상승을 일으키는데, 석탄과 석유 같은 ‘화석 연료’를 사용하거나 가축이 먹이를 소화하는 과정에서 직접 내뿜으면서 발생한다.
화석 연료는 ‘온실효과’는 물론 대기오염을 직접 유발한다. 산업화 이전에는 지구가 온실가스를 적절히 흡수했지만, 산업화 이래 인류가 화석 연료를 문명 동력의 원천으로 사용하다 20세기 후반 들어 이를 남용함으로써 지구 온난화와 대기오염을 자초했다. 데이비드 월러스 웰스가 쓴 『2050 거주불능 지구』에 따르면, 1990년부터 30년간 지구에 배출한 오염 총량이 과거 2000년간 누적된 수치를 능가했다고 한다. 화석 연료를 남용해 인류가 번영을 누린 대가가 아닐까 싶다. 기후변화가 미래 세대에 가져올 결과를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이 추세라면 언젠가 지구가 위기에 봉착하게 되리라는 염려를 낳기 충분하다.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1도’ 상승했다고 한다. 파리기후협약(2016년)에서는 2050년까지 평균 ‘2도’ 상승을 한계치로 내놓고 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약체(IPCC)의 ‘1.5도 특별보고서’(2018년)의 지적은 더 엄중하다. 산업화 이후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1.5도’ 아래로 막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는 기후 재난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평균 2도 이상 상승하면 극심한 폭염, 대형 산불, 대홍수, 해수면 상승, 저지대 침수, 식량 부족, 생태계 균형 파괴로 인한 바이러스 기승 등 온갖 자연재해 때문에 지구는 전례 없는 상황에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
한편, 지구 온난화로 극지방 빙산이 점차 녹고 있는데, 2017~2018년 여름의 남극 바다 얼음 넓이는 사상 최저였다고 한다. 세계기상기구는 최근 5년간 지구 해수면이 연평균 5㎜씩 상승했다고 밝혔는데, 2100년경에는 해수면이 2~3m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미 하버드대 조지프 나이(J. Nye) 교수는 극지방 영구 동토층에서 이산화탄소와 메탄가스가 방출돼 지구 온난화 속도가 더 빨라지는 악순환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 경우 해수면 상승을 가속화해 남태평양 지역을 포함한 저지대 섬들은 바다 밑으로 가라앉는 지경에 이르게 될 것이다. 주목할 점은, 극지방 빙산과 영구 동토층이 녹으면서 그 속에 잠재한 어마어마한 종류의 바이러스가 대거 활성화할 경우 또 다른 차원의 팬데믹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 또한 제기된다.
이처럼 기후변화는 전 세계적인 당면 현안으로 인류 생존을 위협하는 요소다. 지구 온난화를 억제하려면 세계 각국이 과도한 이산화탄소 배출을 스스로 규제하는 길밖에 없는데, 이를 강제할 수단은 없다. 인류의 경제활동이 화석 연료를 근간으로 하고 있어 ‘탄소 배출량 조절’ 정책은 서로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대단히 첨예하고 복잡한 난제(難題)다. 서방 선진 산업국가들은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측정할 수 없을 정도의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해 누적된 대기오염물질에 대해 ‘일차적’ 책임이 있다는 점에서 기후변화 대응에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또 중국 같은 후발 국가들은 선진 산업국들과 형평성을 따지기에 앞서 이산화탄소 과다 배출은 ‘공유지 비극’을 심화해 공멸에 이르게 할 수 있다는 점을 깊이 인식하고 국제적 공조에 대승적으로 임해야 한다.
기후변화 문제 해결을 국제사회의 최우선 의제에 올리는 것을 더는 미룰 이유가 없다. 이러한 노력은 자연 만물을 다스리도록 피조물인 인간에게 허락한 조물주의 뜻에 합당한 것이리라.
위 글은 교회신문 <676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