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20-05-23 11:12:03 ]
‘한국 민간부채 증가 속도 너무 빠르다’
국제결제은행 BIS ‘주의’ 단계로 격상
“풀장의 물이 빠지면 누가 벌거벗고 수영을 하고 있었는지 금방 드러나게 된다.” 세계 부호 1, 2위를 다투며 재산 대부분을 자신이 운영하는 ‘버크셔 해서웨이’라는 펀드에 투자하는 워런 버핏(Warren Buffett)의 말이다. 약 100조 원이 넘는 재산의 85%를 기부하고 20달러 넘는 식사는 사치라고 생각해서 햄버거를 주로 먹는 워런 버핏은 올해 89세지만 건강하다. 지금은 코로나19 사태로 풀장의 물이 빠른 속도로 빠지고 있다. 경제가 셧다운되고 이동이 제한되면서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은 업종이 항공이다. 워런 버핏은 자신이 1대 주주였던 델타항공을 비롯한 미국 4대 항공사 지분 60억 달러(약 7조3000억 원)어치를 큰 손실을 감수하고 팔아치웠다. 한편 미국 정부는 10개 항공사에 30조 원, 1등 항공사인 델타항공에만 약 7조 원이라는 자금을 지원해 부도를 막으려 했는데, 이 중 70%는 무상지원에 가깝다. 이에 고무되어 일반 투자자들과 심지어 요즘 ‘동학개미’라는 별칭이 붙은 한국 개인 투자자들까지 워런 버핏과는 반대로 순매수 상위 종목 10위권에 ‘델타항공’과 ‘보잉’을 올려놓고 있다. 지금까지는 이렇게 작두날 위에서 춤추듯 과감한 승부수를 던진 투자자들의 승리였다. 돈을 찍든, 나랏빚을 내든 위정자들이 일단 틀어막기 때문이다. 둑은 터졌고 물 빠지는 속도만큼 물을 퍼붓는다. 그러나 밑 빠진 독의 수위를 지키다 보면 국가부채 때문에 망한다. 한국은 물론이고, 아무리 기축통화로 돈을 찍는 미국이라도 위험하다. 월가 1위 헤지펀드 ‘브리지워터’(Bridge Water)’의 유명 CEO 레이 달리오(Ray Dalio)는 “정부와 중앙은행이 대차대조표와 손익계산서에 난 구멍을 메우기 위해 돈과 신용을 창조할수록 그 가치는 떨어지고 문제점들이 드러날 것”이라며 “필요한 조치였더라도 모든 제국은 빚, 통화와 함께 부상하고 또 그것과 함께 망한다는 것을 역사가 보여 준다. 영국과 네덜란드가 그랬다. 지금 위기에서 주목받는 달러가 나중에도 그럴까?”라고 반문한다.
한국 정부·기업·가계 빚 증가속도 세계 4위
이 지긋지긋한 코로나19 사태가 어떻게든 빨리 끝났으면 싶다. 지금처럼 나라들이 브레이크 없이 달리면, 특히 한국은 더 위험해서다. 각국 중앙은행의 협력을 돕는 국제기구인 국제결제은행(Bank for International Settlements, 이하 BIS)은 한국의 민간부채를 최근 ‘주의’ 단계로 격상했다. 블룸버그(Bloomberg) 연구소는 “지금 추세라면 문재인 대통령 임기 말 재정부채가 GDP의 50%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한다. 한국의 기업과 가계의 빚 증가 속도는 BIS 43개 회원국 중 4위로 최상위권이다. 정부와 여당은 “국가부채가 GDP 43%면 아직 다른 선진국 수준”이라고 안위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다른 OECD 국가들이 통계에 포함하는 지방정부, 공사, 정부은행, 공공연금 부채 등을 재정부채에서 빼기 때문에 실제 지금 세대와 후대가 감당해야 할 빚은 훨씬 많다. 석탄·광물자원공사처럼 자본 잠식 상태의 공기업 부채부터 한전, LH공사에 이르기까지 여러 공기업 부채, 앞으로 갚아야 할 고리(高利)의 공적 연금, 가령 국민연금부터 공무원·군인·경찰· 교원 등 공공연기금의 미래결손을 더해야 한다. 또 이미 대우조선해양 같은 부실기업을 떠안고 있고, 당장 두산중공업부터 앞으로도 더욱 메워 넣기에 바빠질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순부채도 결국 세금으로 메워야 할 것이다. 다 잡으면 실제 100%가 넘겠으나 막을 자 없다. 당분간은 전 국민에게 나눠 준 재난지원금 효과로 리테일(Retail, 소매점) 소비가 활기를 띠겠으나 코로나19 전에도 심각했던 산업과 자영업과 고용 문제는 단기적 현금 살포로는 해결할 수 없다. 워런 버핏의 동료이자 버크셔 해서웨이의 부회장인 찰스 멍거는 96세 고령임에도 그만큼 혜안(慧眼)을 가진 사람을 찾지 못해 아직도 후임을 정하지 못했다고 한다. 월스트리트 저널 (4월 17일 자)은 찰스 멍거와 전화 인터뷰한 후 이렇게 썼다. “우한바이러스가 당신의 투자 계획을 중지시켰다면 당신은 좋은 회사에 있는 것이다. 찰스 멍거 역시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있다. 지금은 움직일 때가 아니라 조심할 때다.” 워런 버핏이나 레이 달리오처럼 남의 소중한 돈을 맡은 청지기라면, 그래서 자신에게는 검소하다 못해 인색할 줄 아는 사람들이라면, 절대로 ‘아니면 말고’ 식으로 못 굴린다. 코로나 사태가 빨리 끝나길 바란다고 확인도 안 된 치료약 뉴스나 대책 없는 경제재개에 부화뇌동할 수 없다. 하물며 크리스천이라면 모든 재물은 그 주인이신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관리하라 맡기신 것이니 내 돈이라 함부로 여겨 이런 때에 함부로 굴려서는 안 된다.
위 글은 교회신문 <677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