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21-04-29 13:00:37 ]
“몇천 배 벌 수 있다”는 제안에
위험해도 남 따라 거액 쏟아붓는
‘불나방 투자’ 하다간 큰 낭패 봐
부(富)해지려는 유혹 경계해야
‘포모 증후군(FOMO syndrome)’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남들은 다 하는데 나만 소외되는 것에 대한 공포, 곧 ‘Fear Of Missing Out’의 첫 철자를 따서 만든 말이다. 요즘 주식시장을 가장 대표하는 말이기도 하다. ‘남들은 주식투자를 해서 몇 년 치 연봉을 벌었다던데….’, ‘30대에 조기 은퇴하고 지금은 강남에 빌딩 몇 채 가진 부자’ 같은 제목으로 도배된 언론 기사들은 더욱더 많은 사람을 심리적으로 쫓기는 상태, 곧 포모 증후군에 빠지게 한다. 서점가에도 “이렇게 하면 돈 번다”는 비법을 소개한 책들이 넘쳐 나지만 저자들의 무용담은 포모 증후군을 더할 뿐이다.
지나치게 폄하하는 것처럼 들릴 수 있으나 이 같은 평가를 내리는 이치는 간단하다. 남들이 알지 못하는 확실한 재물을 모으는 비법을 당신이 정말 알고 있다면 이것을 떠벌리고 다니겠는가, 아니면 나 혼자 조용히 재산을 끌어모으겠는가.
필자가 알고 있는 장기 수익률이 최고 수준인 ‘헤지펀드(Hedge Fund)’는 고객에게 돈을 받지 않는다. 한때 고객 돈을 받기도 했으나 오너와 직원들은 깨달았다. “우리가 아무리 성공 보수를 많이 받는다고 한들 고객 눈치를 보고, 본의 아니게 단기적으로 손실이 날 때는 빌어야 하는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는데, 그래봐야 재주 부리는 곰밖에 더 되는가.” 그래서 고객의 자금을 다 내주고 오너와 직원들 돈으로만 100% 운용하는 패밀리 오피스를 만들었다. “우리 회사 믿어 주세요”, “우리 잘해요” 같은 마케팅도 필요 없고 직원들에게 열심히 하라는 독려도 필요 없다. 자기들 수익률을 경쟁리스트에 올려 자랑할 필요도 없고, 실적은 유명하다는 금융사들과는 차원이 다른 궤적이다. 워런 버핏이 신뢰받는 이유도 그가 운용하는 ‘버크셔 헤서웨이’의 자산 상당 부분이 ‘자기 돈’이고 자신은 그 운용의 보수로 고작 10만 불만 가져가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신뢰할 만하다는 대형 금융기관에서도 끝없이 금융사기와 각종 사고가 이어지는 것은 어쩌면 필연이다. 정말 훌륭한 투자기회, 투자상품은 시장에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자산운용을 23년째 하는 필자의 경험을 전제로 말씀드리면 어느 때는 가르쳐 주고 싶어도 전달해 줄 방법이 없고, 어쩌면 여전히 모르는 것일 수도 있다.
많은 이가 주식으로 돈을 벌었다는 과장도 오해다. 자본시장연구원의 계좌분석 결과 지난해 3월에서 10월까지 주식시장의 62%가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새해가 시작된 후 투자자들의 손실비율은 이보다 훨씬 클 것이다. 이 와중에도 일부 주식갑부 사례가 매체에 더 많이 노출되고 있고 포모 증후군의 클라이맥스는 암호화폐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국내의 암호화폐 거래금액이 주식시장을 넘어섰다는 것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투기란 비이성적인 광기여서 어디까지 치달을지 가늠하기 어렵다. 암호화폐 옹호론자들은 “이것이 금과 무엇이 다른가”라며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은 금이 어떠한 연금술로도 복제가 불가능한 것과 같다”고 말하지만 비트코인 이후에도 쏟아지는 별의별 출처의 별의별 암호화 화폐 자체가 성경과 역사를 같이한 금은과 본질이 다르다. 하루에 수천, 수만 퍼센트씩 등락하는 것은 화폐가 아니라 지금까지 인류가 만든 폰지사기(다단계) 중 가장 스케일이 큰 도박판이다.
개인적인 권면은 종국에 닥칠 이 시장의 혹독한 재앙의 칼날에 우리 성도들이 희생양이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부(富)하려고 하다가 당하는 시험이며, 위험한 줄 알면서도 나보다 더 비싸게 사 줄 바보가 있을 거라 기대하고 한마디로 덤터기를 씌울 심산이 투기의 바보이론이다. 혹독한 손실 앞에서의 자괴감은 그 어떤 것보다 클 것이다. 차라리 버블이 더 커져 언론이 또 이걸로 ‘누가 얼마나 갑부가 됐다더라’ 하는 포모 증후군을 유발하는 낚시질을 긍휼한 마음으로 기도하고 이 버블이 터진 이후의 경제 전반에 닥칠 극심할 충격파를 대비하는 지혜를 갖춤이 필요하다.
위 글은 교회신문 <696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