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물과 연약함 솔직히 인정할 때
열등감 극복하고 승리할 수 있어
성경 속 인물들도 약점 많았으나
하나님 붙들어 위대한 역사 이뤄

미국에서 열린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배우 윤여정이 <미나리>로 여우조연상을 받아 큰 화제와 국제적 자랑이 되었다. 일명 오스카상이라고 불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은 미국 영화업자와 영화예술 아카데미협회가 수여하는 미국 영화상이지만 어느 영화제보다 영향력이 크다. 지난해에는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으로 작품상과 감독상 등 4관왕을 차지하는 쾌거를 이루더니 올해 윤여정이 또 하나의 역사를 썼다. 수상 소감도 큰 화제를 모았는데 필자는 특히 열등의식 때문에 열심히 연기를 했다는 74세 노배우의 고백이 놀랍고 신선했다. “나는 특별한 사람이 아니며 생계형 배우로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열심히 대본을 외우고 연기를 했다”는 고백을 기자들 앞에서 하는 모습이 역으로 그의 자신감을 보여 줬다.

보통 열등감 하면 부정적 이미지를 떠올리기 쉬운데 윤 배우는 이를 발전의 동력으로 삼아 노년의 나이에 개성 있는 연기로 호평을 받으면서 본인이 주인공인 인생 드라마를 보여 주었다. 열등감은 모든 심리적·정신적 문제의 근원이지만 그 자체가 새로운 자극이 될 수 있다. 심리학자 알프레드 아들러는 “열등감이야말로 자연이 약한 인간에게 준 축복”이라고 말했다. 인간은 다른 동물에 비해 육체적으로 매우 약하고, 오랫동안 부모의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의존적 존재로 태생적으로 열등할 수밖에 없다. 아들러에 따르면 인간 무의식 깊숙이 뿌리박은 열등감이 모든 병리 현상의 원인이다.

그러나 인간은 열등감에 치이기만 하는 존재가 아니라 이를 보상받으려는 강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있다. 강한 의지를 발동해 열등한 상황과 조건을 극복하면서 우월감을 추구하는 이중적 존재이기도 하다. 열등감이야말로 인간이 지닌 잠재능력을 발달시키고, 사회적 협동을 가능하게 하는 원천이라는 것이 아들러 이론의 핵심이다.

그러므로 중요한 것은 열등감이 아니라 열등감을 대하는 태도다. 어떤 분야에 강점을 보이거나 자기만의 성과를 낸 사람들은 모두 그 나름의 문제가 있지만, 그것에 좌절하지 않고 열등감을 우월함의 가능성으로 실현한 사람들이다. 나폴레옹은 작은 키와 그를 괴롭힌 위장병, 시골 출신이라는 신분적 약점을 극복하고 황제까지 올랐으며, 불가능이란 없다는 말을 역사에 남겼다. 평생 우울증에 시달렸던 윈스턴 처칠은 자신의 병을 ‘검은 개’로 부르면서 문학적 감수성으로 승화하고 독일과의 전쟁에서 불굴의 리더십을 발휘해 영국에 승리를 안겼다.

성경은 약하고 보잘것없는 자들의 역사다. 에서에 비해 신체적으로나 태생적으로 볼품이 없고 약점도 많은 야곱이 형을 대신해 장자의 직분을 계승했고, 예수의 열두 제자도 무식하고 사회적으로 천하며 무시당하던 갈릴리 마을 출신이었다. 용모가 뛰어나고 재능이 많거나 힘센 자들은 교만과 우월 의식 때문에 망했지만 자신의 약함을 인정하면서 대의와 믿음에 충실한 자들은 선택을 받았다. 성경은 이를 “하나님께서 세상의 미련한 것들을 택하사 지혜 있는 자들을 부끄럽게 하려 하시고 세상의 약한 것들을 택하사 강한 것들을 부끄럽게 하려 하시며 하나님께서 세상의 천한 것들과 멸시 받는 것들과 없는 것들을 택하사 있는 것들을 폐하려 하시나니 이는 아무 육체라도 하나님 앞에서 자랑하지 못하게 하려 하심이라”(고전1:27~29)고 설명한다.

열등감에 매몰되면 의심과 불만이 커지고 상황에 대해 부정적으로 판단하면서 도피할 수밖에 없다. 우리 자신을 제대로 돌아보고 자신의 한계와 열등성을 잘 통찰하면서 이를 극복해 나가는 믿음과 긍정의 의지가 중요하다. 배우 윤여정이 보여 주었듯 삶에는 은퇴와 물러남이 없다. 늘 감사하면서 내 삶의 진정한 주인공이 되자.

위 글은 교회신문 <697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