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 훌] 미 의회,‘대북전단금지법’청문회 격론

등록날짜 [ 2021-05-20 19:31:36 ]

미 의회 내 초당적 기구인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가 지난달 15일 ‘한국의 시민적·정치적 권리: 한반도 인권에 대한 시사점’을 주제로 화상 청문회를 개최했다. 미국 의회가 ‘한국인권’을 주제로 청문회를 연 것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이른바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해 현 정권이 시민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고 민주주의의 쇠퇴를 불러왔다는 비판이 주를 이뤘다. 청문회에 참석한 하원의원들과 증인들은 한국 정부가 탈북민과 자국민을 상대로 저지른 인권침해에 대한 구체적인 예를 제시하며 “한국이 앞으로도 민주주의 국가로 남을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청문회는 톰 랜토스 인권위 공동의장인 크리스토퍼 스미스 공화당 하원의원과 제임스 맥거번 민주당 하원의원의 주재로 열렸다. 스미스 위원은 한국은 민주주의 국가이며, 인권 문제에 있어 북한과 극명하게 대조를 이루는 나라라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대북전단금지법’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맥거번 하원의원 또한 ‘대북전단금지법’ 수정을 촉구했다. 그는 “국제인권법은 안보상의 이유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때 무엇이 용납되고 무엇이 용납되지 않는지 지침을 제공한다”며 “만약 한국 국회가 이 법을 재검토한다면 국회의원들이 이 지침을 고려할 것을 권고한다”고 말했다.


이날 청문회에서 증인으로 나선 이인호 전 주러대사(서울대 명예교수)의 연설이 화제를 모았다. 드물게 보는 명문인 데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한국의 역사적·상황적 진수를 용기 있고 감동적으로 포착했기 때문이다. 이 전 대사는 “조국의 시민적·정치적 권리 상황이 표면적으로 보이는 것과 같지 않다는 점에 놀라 미국의 앞잡이라는 비난을 무릅쓰고 청문회 초대를 받아들였다”며 미 의회에서 ‘한국의 인권 상황’에 대해 비판해야 하는 개인적 딜레마와 고통을 솔직하게 토로했다.


이어 이 전 대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은 정상적 정권교체가 아닌 혁명적 쿠데타”이며 “촛불시위의 결과는 대한민국이 1948년 반공산주의 자유민주주의 공화국으로 탄생했고 여전히 그러한 국가로 존재한다는 역사적 사실을 공개적으로 부인하는 남자에게 최고 권력을 넘겨준 것”이라며 역사적 진실을 과감하게 밝혔다.


그는 조국 전 법무부장관 임명으로 인해 일반 대중이 현 정권에 대해 실망하고 깨어나기까지 거세게 휘몰아쳤던 적폐청산의 광기와 임종석 같은 극좌세력들의 정권 중심부 진출, 언론통제, 사법부 장악, 친북친중 행보, 대기업 압박, 사회분열, 코로나 팬데믹을 이용한 반정부 시위 억압 등을 집약적으로 묘사했다. 이어 지난해 4.15총선에서 대승을 거둔 뒤 과감해진 집권여당이 대북전단금지법과 5.18특별법, 공수처법 같은 국민의 자유를 억압하는 법들을 줄줄이 통과시킨 것을 기술했다.


이 전 대사는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해 “탈북민을 포함해 북한주민의 생사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라 할지라도, 김정은의 뜻에 반대되는 것은 어떤 일도 하지 않겠다는 대통령의 결심을 반영한다”고 지적했다. 5.18 특별법에 대해 “정치적 토론의 자유뿐만 아니라 학문의 자유에 내려진 사형선고에 버금간다”고 했다. 공수처법에 대해 “대통령에게 자신의 측근을 향한 공정한 조사와 기소를 막아 줄 무제한적 권한을 부여하게 될 것”이며, 국정원법 개정안은 “한국의 국가정보원(NIS)으로부터 공산주의 활동을 조사할 권한을 박탈하는 법으로, 북한과 중국 공산당 요원들이 한국에서 발각될 위험 없이 활동하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이 전 대사는 “미얀마처럼 군복을 입은 사람에 의해 자유와 민주주의가 위협받을 때는 그 위협을 인식하기 쉽지만 민주화 투사의 망토를 입은 사람들에 의해 선동됐을 때는 그 위협을 찾아내고 예견하기가 훨씬 어렵다”며 “미국이 오랜 세월 비싼 대가를 지불하고 길러 왔던 자유라는 꽃이 적들의 지배 아래 떨어진다면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에게도 재앙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5000만 명이 살고 있는 한국이 전 세계에서 중심축을 형성하는 자유롭고 활기찬 민주주의 국가에서 전체주의 사회의 나락으로 떨어진다면 어느 곳에서도 자유는 안전하고 무사하게 남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위 글은 교회신문 <699호> 기사입니다.


양연희 기자
펜앤드마이크
충성된청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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