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21-12-07 14:11:00 ]
사회 전반 ‘무인 시스템’ 확산 추세
감염병 우려해 비대면 체제 가속화
편리성 크지만 실업률 등 부작용도…
정서적 소통 어렵다는 한계 분명해
얼마 전 모바일 거래를 하기 위해 이에 필요한 인증서와 OTP 카드를 다시 발급받으려고 은행을 방문한 적 있다. 사람이 많지 않았는데도 거의 한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그 큰 은행에 직원이 업무를 보는 창구가 딱 두 군데였기 때문이다. 담당 직원은 본사에서 인력을 줄이고 있어 본의 아니게 불편을 드렸다며 굉장히 미안해했다. 나야 어쩌다 점포를 찾았기에 그러려니 했으나, 수시로 창구에서 입출금을 하거나 직접 공과금을 납부하는 노인들, 상인들은 불편함이 이만저만이 아니겠다고 말하니 직원도 적극 맞장구를 쳤다. 실제 통계에 따르면 평균 이틀에 하나씩 은행 지점이 사라지고 있고, 시중은행 네 곳도 하반기에 점포 130여 개를 추가로 폐쇄할 계획이라고 한다. 은행 업무가 줄어드는 게 아니라 사람이 담당하던 일을 온라인시스템이 대체하면서 창구를 찾는 발걸음이 줄었기 때문이다.
어디 은행뿐인가. 무인 시스템이 사회 전반에 걸쳐 확산하고 있다. 맥도날드나 프랜차이즈 카페 같은 곳에 가도 얼굴을 맞대지 않고 기계로 처리하는 ‘비대면 주문’이 흔하다. 또 24시간 이용할 수 있는 무인 세탁소, 무인 쇼핑점이 하나둘 전통 가게를 대신하고 있으며, 쇼핑도 온라인 거래 비중이 늘고 있다. 밤중에 스마트폰을 이용해 음식 정보를 검색하고, 다른 사람이 먹어 보고 내린 평점을 확인하면서 클릭 몇 번으로 배달음식을 손쉽게 주문한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코로나19 사태로 언택트(비대면) 활동이 가속화하고,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새로운 형태의 사업과 만남이 늘어났다. 필자가 재직하는 대학만 해도 이제 줌으로 회의하는 것이 익숙하고, 온라인으로 강의하고 시험을 보는 등 사이버교육 시스템이 자리를 잡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디지털화, 자동화가 대세가 되면서 엄청난 편리함을 선사했으나, 신문명에 익숙하지 않은 소외 계층을 발생시키고, 사람들의 일자리를 잃게 하며, 온라인 활동에 필연적으로 뒤따르는 한계점 등 부작용도 적지 않다. 대학만 봐도 학생들과 온라인으로 만나면서 상호 소통하고 정서적 교감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예를 들어 토론 수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강의에 대한 현장 반응을 바로 확인하기가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다 같이 가서 멤버십을 기르는 모꼬지나 답사, 전공 체험을 못 하는 것도 온라인 시스템의 한계가 분명하다.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는 미래의 대학은 사이버 강의가 대부분을 차지해서 전통 대학이 없어질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필자가 보기엔 온라인으로 모든 교육을 수행하려면 뭔가 채워지지 않는 부분이 반드시 존재하리라 예상한다. 몸과 몸이 부딪치는 만남이 일으키는 정서적 공명과 집단 체험, 감정과 감정의 상호작용 그리고 이런 과정에서 얻어지는 일체감은 무엇과도 대체하기 어렵다.
디지털, 온라인이 대세라고 우리 삶 전체를 여기에 맞추면서 산업 논리에 따라 인간다움을 포기할 수는 없다. 온라인 기술이 진화해서 현장보다 더 생생한 체험이 가능해져도 예배나 기도처럼 반드시 함께 모여 해야 할 것이 있다. 또 무인화가 경제적 이득이 크고 편리해도 사람이 그 일을 할 때 얻을 수 있는 이점도 보존할 필요가 있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능가해도 상처 입은 마음을 어루만지고 힘을 주며, 위로할 수 있는 상담 같은 업무를 로봇이 다 대체할 수는 없다. 온라인 시대의 삶은 과학기술의 명암을 잘 보여 준다. 기계가 인간을 지배하면서 가상의 삶을 살게 한다는 영화 <매트릭스>를 보면 모든 것이 너무 완벽하게 설계되었기 때문에 인간이 오히려 견디지 못한다는 내용이 나온다. 불안정하고, 어설프며, 완벽하지 못하기 때문에 인간이고, 그것이 우리가 과학만으로 살 수 없고 여전히 하나님께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위 글은 교회신문 <727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