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 훌] 북한의 지하교회(3)

등록날짜 [ 2022-02-23 12:16:49 ]

가족은 믿는다

인터내셔널 크리스천 컨선(ICC)에 따르면 북한에서 기독교인으로 드러나면 연좌제에 따라 3대가 종신형을 언도받는다. 이 단체에 따르면 북한 정권은 가용한 모든 수단을 이용해 신앙인을 박해한다. 특히 북한 관리들은 여성들에게 스스로 신생아를 살해하도록 만드는 등 끔찍한 행동까지 일삼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앙에 대해 이야기하고 성경을 소지하는 것도 고문, 무기징역, 처형의 근거가 된다.


주민 상호 간 삼엄한 감시체제가 그물망처럼 촘촘하게 작동하는 북한이지만, 그럼에도 가족 간에는 믿음이 존재한다. 북한기독교총연합회 회장 김권능 목사는 “북한 사람들은 기독교에 대해 어린 시절부터 철저히 세뇌를 당하기 때문에 예수 믿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많다”라며 “그러나 북한은 잘 믿을 수 있는 사람, 즉 가족이나 친구는 신뢰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전했다.김 목사는 “가족 누군가가 (중국에) 가서 예수 믿고 왔다고 하면 가족은 거부를 안 한다”라고 했다. 박민우 씨(가명, 41세)도 “북한 가정은 대부분 혈연으로 연결돼 있고 가정에 누구 한 사람이 신고당하면 연좌제로 온 가족이 멸문지화(滅門之禍)를 당하기 때문에 가족 누군가가 기독교를 믿는 신자가 됐다면 이런 사실을 숨기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명희 씨(가명, 73세)는 남한에 정착한 후 전화로 북한에 남은 두 딸에게 예수 복음을 전했다. 이 씨의 딸들은 엄마가 북한에서 얼마나 철저한 무신론주의자였는지를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의 하나님은 김일성이지? 그런데 엄마가 여기 와서 진짜 하나님을 만났다. 천국과 지옥이 분명히 있는데 나는 하나님을 믿기로 했다. 너희들은 어떻게 할 거냐”라고 했더니 “어머니가 믿으면 그건 진짜다. 어머니가 믿는 하나님을 나도 믿겠다”라고 했다고 한다. 이 씨는 딸들에게 절대로 “하나님”이라는 말을 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대신 “아버지”라고 부르라고 했다.


김미진 씨(가명, 38세)는 가족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 ‘죽음의 땅’ 북한을 탈출 한 뒤 다시 북한으로 돌아갔다. 중국에서 북한으로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던 ‘기적’을 이야기하니까 가족들이 예수를 믿기로 결심했다고 했다.


김 씨는 “가족들을 모아 놓고 ‘북한에는 김일성과 김정일이 우상이 되어 어버이 수령으로 되어 있는데 그게 가짜다. 우리가 진짜 믿어야 할 하나님이 계시는데, 김 씨 일가가 우리를 속이고 하나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어요. 처음에는 가족들이 좀 당황스러워했죠. 그렇지만 고난의 행군 시절에 많은 사람이 죽는 것을 겪었고, 당에 불평불만이 많았던 상태라 믿겨지는 거죠”라고 했다. 이어 김 씨는 “중국에 가 보니까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농사가 천지차인데 우리 북한은 진짜 저주받았다. 하나님 자리에 인간이 들어앉아 속이니까 모든 일이 안 되고 굶어 죽을 수밖에 없는 거다. 이렇게 말했더니 가족들이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라고 덧붙였다.


유물론이 대답해 주지 못하는 것들

가족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 남한행을 미루고 다시 북한으로 돌아갔던 김미진 씨는 2008년 가족이 아닌 친구에게도 복음을 전했다. 가족 외의 사람은 믿을 수 없으므로 자칫하면 고발을 당해 가족 모두가 큰 위험에 처할 수도 있었기 때문에 고심하며 어렵게 내린 결정이었다. 어느 날 김 씨는 집에 놀러온 친구에게 “혹시 사람이 죽음 이후에는 어떻게 되는지 생각해 봤어?”라고 물었다.


친구는 한참 동안 생각에 잠겨 있다가 “죽으면 끝이겠지?”라고 대답했다. 김 씨가 “아니”라고 하자, 친구는 매우 놀라는 표정이었다. 김 씨는 죽음 이후에는 ‘천국’과 ‘지옥’이라는 곳이 있고, 천국에 가는 유일한 길은 하나님의 아들인 예수님이라는 분을 믿는 것뿐이라고 전했다.


친구는 아무런 말도 못하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한참 후에 자신도 믿어 보겠다고 했다. 김 씨는 그에게 영접기도를 시켰다. 주일 새벽마다 그와 함께 가족예배를 드렸다. 친구는 내세에 대해 처음 들었던 그 순간에 대해 “몽둥이로 머리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고 회상했다고 한다. 모르는 세계를 알게 됐고, 믿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지금도 북한에서 비밀리에 홀로 예배를 드린다고 한다.



위 글은 교회신문 <737호> 기사입니다.


양연희 기자
펜앤드마이크
충성된청년회


이 기자의 다른 뉴스 보기

    아이디 로그인

    아이디 회원가입을 하시겠습니까?
    회원가입 바로가기

    아이디/비번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