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 훌]‘배리어 프리’ 운동 확산

등록날짜 [ 2022-04-15 23:25:30 ]

1981년 UN 총회는 ‘세계 장애인의 해’를 선포하고 세계 모든 국가에서 기념사업을 추진하도록 권장했다. 이에 부응해 대한민국에서도 장애인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장애인의 재활 의욕을 고취하기 위해 4월 20일을 ‘장애인의 날’로 정하고 다채로운 기념행사를 해 왔다. 4월은 1년 중 모든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이므로 장애인의 재활 의지를 부각할 수 있다는 데 의미를 둔 것이다.


장애인의 활동에 가장 큰 제약은 이동권이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것을 비롯해 배우고, 일하고, 사랑하는 모든 경험은 이동을 바탕으로 한다. 인간 누구나 이동을 통해 타인과 맺어지고 사회와 온전히 연결될 수 있다. 그러므로 이동할 수 있는 권리는 기본권으로 꼽힌다.


휠체어로 다니면서 남대문시장에 액세서리를 납품하던 지체 장애 1급 장애인 김순석 씨는 지난 1984년 “서울 거리의 턱을 없애주시오”라며 주요 신문에 글을 보냈다. 당시는 장애인에 대한 사회 인식이 척박한 시대였다. 사회 시선도 싸늘하고 정부도 해결 의지를 보이지 않자 그는 유서를 쓰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주요 신문에 대서특필되면서 장애인 이동권에 대한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점차 길에 턱이 없어지고 리프트가 생기고 계단이 경사로로 바뀌었으나 그 속도는 느렸다.


대전 지하철은 1996년에 착공해 10년만인 2006년에 개통하면서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전 역사에 ‘승강장 스크린도어’가 설치되었다. 교통약자법의 첫 적용사례이며 장애인들의 오랜 호소 끝에 이뤄낸 것으로 지하철역에 승강기 설치가 의무화되고 스크린도어도 들어섰으나, 그때부터 지금까지 법에 명시된 ‘장애인 이동권’ 문제는 실질적으로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건축공학박사 이창환 씨는 “건축물이 곧 사람”이라며 “건축을 할 때는 가장 먼저 그 집에서 살 사람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씨는 “건축물은 한번 짓고 나면 그 자리에 오래 머물면서 주변 환경에 영향을 미치게 마련”이라며 “그 집에서 살 사람이 편안함을 느끼며 생활할 수 있는 집을 지어야 좋은 건축”이라고 강조했다.


장애는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예기치 못한 불행일 수 있지만, 그 불행이 약간 불편한 수준에서 끝나야지, 차별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안경을 쓰면 시력이 나쁜 사람도 불편함 없이 일상생활을 할 수 있는 것처럼, 적정한 인프라가 갖춰진다면 장애는 무의미해진다. 모든 건축이 그 건축물에서 사는 사람을 배려하듯 모든 시민이 자연스럽게 사회에 참가(직장생활·가정생활·지역사회생활)할 수 있는 성숙한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참가를 방해하는 물리적·심리적 장벽을 축소·제거하는 것이 필요하다.


주택이나 도로 등에서 이동을 제한하는 물리적 장벽뿐 아니라 자격과 시험 등을 제한하는 제도적·법률적 장벽, 자유로운 소통을 가로막는 문화정보전달 장벽, 차별과 편견 그리고 장애인 자신의 의식상 장벽까지 제거하자는 움직임이 선진국을 중심으로 일고 있다. 적용 대상도 장애인에서부터 고령자에게까지 확대되고 있다.


한국 사회가 급속도로 고령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배리어 프리(Barrier Free)’를 확산하며, 장애인이나 고령자 같은 교통약자를 위해 대중교통과 환경을 구축하는 것은 결국 미래를 준비하는 일이다. 배리어 프리 대중교통은 2019년 기준 수도권 인구 약 4분의 1에 달하는 장애인·고령자·임산부·어린이와 영유아 동반자 등 모든 교통약자를 위해 필요하다. 약자들은 사회에서 격리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 사회에 더 나오게끔, 우리 모두가 속한 사회에 더 참여하게 만들어 줘야 하는 것이 건강한 사회이고 아름다운 사회다.


진정한 선진국의 가치는 이러한 인간의 보편적 가치를 얼마나 지켜주느냐에 따라 구분이 된다. 장애인이 편해야 잠재적 장애인들 역시 편하다. 장애인을 위한 승강기가 큰 가방을 든 여행객, 물건 택배원, 임산부, 유모차, 노인 등에게도 필요한 시설인 것을 보면서 장애인을 위한 정책이 결국은 모두가 편하게 사는 길임을 깨닫는다.


연세중앙교회는 대표적인 장애인 친화 공간으로 설계되어 있다. 여기에 발맞추어 우리 성도들도 성숙한 시민의식을 가지고 장애인과 함께 예배에 참석하고 말씀을 듣고 기도하고 찬양하며 주님께 영광을 올려 드려야 한다.


위 글은 교회신문 <744호> 기사입니다.


오태영 안수집사
신문발행국 협력위원
진달래출판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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