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22-06-20 21:13:21 ]
북한에서 비밀리에 신앙을 지키고 있는 이른바 ‘지하기독교인’이 4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5만~12만, 최대 20만 명은 정치범수용소에 수감돼 반인륜적 처우를 받고 있다. 북한 정권의 가혹한 박해와 살해 위험에도 북한주민들이 기독교 신앙을 갖는 이유는 무엇일까? 북한 정권의 삼엄한 감시체제 아래 이들은 어떻게 신앙을 지켜 가고 있을까?
‘비밀 종교망’ 조직한 순교자 차덕순
지난 2018년 ‘순교자의 소리(VOM)’에서는 북한 보위부의 선전용 영상을 공개했다. 이 영상은 북한 표현으로 ‘지하 종교망’을 조직한 ‘종교 광신자’ 차덕순의 행적을 낱낱이 밝히고 있다.
“차덕순은 고난의 행군 시절 생활난으로 이웃나라(중국)의 삼촌을 찾아가기 위해 겨울날 국경을 몰래 넘었다. 그러나 삼촌은 사망한 지 오래였고, 2년 동안 일자리를 찾아 중국 땅을 헤매던 그녀는 우연히 서탑교회에 들어가게 된다. 서탑교회는 남조선 괴뢰 정탐기관 놈들이 운영하는 곳으로, 갈 곳 없어 찾아오는 월경자들에게 반(反)공화국 종교교육을 주어 간첩으로 전락시키는 정탐모략 소굴이다. 미신에 빠져 있고 신념이 확고치 못한 차덕순은 여기에서 하느님의 자비를 설교하는 정탐배들의 설교에 넘어가 하느님을 숭배하는 종교광신자가 되었으며 결국 놈들의 개가 되었다.”
이어진 영상에 따르면 차덕순은 북한에 돌아와 사리원시, 함흥, 청진, 예산 등지를 돌아다니며 북한 정권에 반감을 가진 주민들과 그루터기 기독교인들 등을 모아 지하교회를 구축한다.
“차덕순은 지하 종교망을 조직할 간첩 임무를 받고 고향으로 돌아왔다. 이후 생활곤란을 내세워 장사의 미명하에 여러 곳을 돌아치면서 신념이 없는 불평불만자들과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지난 시기 종교와 미신을 믿던 자들과 그 자녀들을 찾아내서 돈과 물건으로 매수하고 종교교리를 선전했다. 차덕순은 사리원에 살고 있던 자신의 가족과 형제들뿐만 아니라 오래전부터 종교를 믿어 오던 그루터기 기독교인들과 여러 명의 불건전한 자들을 모아 지하 종교망을 조직했다. 이들은 북한당국의 삼엄한 감시에도 비밀 예배를 드렸고, 매주 일요일이면 바쁜 농사철에도 안식일이라고 하면서 신자들을 모아 놓고 기도를 올리고 찬송가를 부르며 종교교리를 학습하는 등 무려 4개 모임을 조직했다. 종교미신에 빠져 허황한 하느님의 세상을 세우기 위해 책동하던 종교광신자 차덕순 년의 정체는 경각성 높은 군중들의 신고에 의해 적발됐다.”
영상에서는 차덕순과 신자들이 어느 일요일 산속에서 예배드리는 모습을 몰래 촬영한 사진을 보여 준다. 차덕순과 지하교인들은 결국 주민의 신고로 발각되었다.
북한에서 지하교회 직접 설립한 박민우
박민우(가명, 41세) 씨는 중국에 가면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어둠을 틈타 백두산을 넘었다. 산기슭을 헤매던 그는 우연히 조선족 선교사가 칩거하는 처소에 닿았다. 조선족 선교사는 ‘거지꼴’을 한 그에게 아무런 조건 없이 먹을 것과 잠잘 곳을 제공해 주었다. 박 씨는 은혜를 갚기 위해 그를 대신해 열심히 소를 돌봐주었고 밤이면 심심하던 차에 집안에 놓인 성경책을 집어 들고 읽기 시작했다.
박 씨는 성경책을 읽으면서 궁금한 것이 많이 생겼다. 조선족 선교사는 질문이 많은 그를 중국에 있는 ○○신학원에 들어가도록 해 줬다. 그곳은 북한에 파송할 탈북민 출신 기독교 지도자를 양육하는 곳이었다. 박 씨는 그곳에서 1년 동안 단기훈련을 받은 후 2005년 북한으로 파송됐다. 그는 성경책 26권과 반도체 라디오, 제자양육 지침서, 십자가를 등에 메고 북한으로 들어갔다. 무모할 만큼 위험한 행동이었다. 국경 경비대에 발각되면 그 자리에서 처형당할 수도 있었으나 초병이 자리를 비운 덕분에 기적적으로 국경을 넘을 수 있었다.
박 씨는 일 년 만에 만난 가족들에게 기독교 신앙을 전했다. 또 그보다 앞서 그 지역에 파송된 선교사 6명과 주일마다 만나 비밀리에 성경 말씀을 나눴다. 박 씨는 성경책 등을 나눠 주면서 과감하게 전도하다가 고향에 돌아간 지 3개월 만에 북한 당국에 체포됐으나 4년 만에 출소해 선교사들과 함께 지하교회를 다시 설립했다.
그가 설립한 지하교회는 선교사 2명이 체포되면서 위기에 처했지만 박 씨를 비롯한 선교사들은 보위부의 추격을 피해 북한 각 지역으로 뿔뿔이 흩어졌고, 박민우 씨는 2012년 다시 탈북해 남한으로 왔다. 박 씨는 현재 자신과 연락이 닿는 지하교회 선교사들은 11명이라고 말했다. 남한처럼 공개적으로 함께 모여 큰 소리로 예배드릴 수 없어도 가족들에게 비밀리에 하나님 말씀을 전한다고 했다.
위 글은 교회신문 <754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