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23-07-11 23:29:21 ]
지난달 하순부터 장마가 시작되고 이른 폭염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폭염이 일상인 한여름 더위에서 잠시나마 벗어날 ‘바캉스’는 라틴어 바카티오(vacatio)에서 유래했으며 ‘무엇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을 뜻합니다. 직장인들은 무더위와 열대야 그리고 번잡한 고민에서 벗어나 몸과 마음을 재충전하려고 1년을 기다립니다.
러시아발 에너지 위기나 폭염 등에도 유럽인들은 ‘긴 휴가’를 떠납니다. 휴가를 ‘개인의 권리’이자 ‘재충전을 위해 필수적인 시간’으로 존중하는 유럽 특유의 문화 때문입니다. 오죽하면 유럽인들은 “1년의 반은 휴가 계획을 짜는 데 보내고, 나머지 반은 휴가 다녀온 이야기를 나누는 데 소비한다”라고 말할 정도입니다. 프랑스나 독일 같은 유럽 국가는 대통령의 휴가를 ‘개인적인 일정’이라며 잘 공개하지 않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대통령의 시간’을 ‘공적인 것’으로 여겨 대략적이나마 공개합니다.
한 정신과 전문의는 “휴가는 몸과 마음의 긴장을 풀고 자신을 되돌아보며 모든 것을 새롭게 정비하는 시간”이라며 “결코 장소가 중요한 것이 아니며 활기찬 일상을 되찾는 것이 최고의 휴가”라고 조언했습니다. 휴가를 다녀오면 사람들은 겸손해지기도 합니다. 평소 “내가 없으면 안 돼”라고 생각하다가 막상 며칠이나 몇 주간 휴가를 다녀와도 조직이 아무 문제 없이 돌아가는 것을 보면서 ‘아! 내가 아무것도 아니었구나!’라고 생각이 듭니다. 나에게 일자리를 준 회사의 소중함을 깨달으면서 더 열심히 일할 동력도 생깁니다. 활기찬 일상을 되찾는다는 휴가의 목적을 달성한 셈입니다.
기후 위기 시대를 체감한다면 덜 자주, 느긋하게, 더 나은 방식으로 휴가를 고민해 봐야 합니다. 유엔 산하 기구인 세계관광기구(World Tourism Organization)는 휴가를 위한 ‘지속 가능한 여행’에 대해 ‘현재와 미래의 경제적·사회적·환경적 영향에 책임지며 여행자, 산업, 환경과 여행 지역 공동체의 요구를 해소하는 여행’이라고 정의합니다.
지속 가능한 여행을 고려할 때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비행기 여행입니다. 에너지를 덜 쓰고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고 싶다면 비행기를 적게 타는 수밖에 없습니다. 유럽환경청(EEA)에 따르면 승객 1명이 1km를 이동할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비행기가 285g으로 가장 많고, 버스보다 4배 이상, 기차보다 20배 이상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한다고 합니다. 결국 환경과 지구를 생각하고 현명한 소비로 ‘지속가능성’을 추구한다면 현지인이 운영하는 친환경 숙소에서 지내며 여유롭게 산책하고 지역의 제철 음식을 즐겨야 에너지를 덜 쓰고 자연을 보호하고 자원을 아끼는 휴가입니다.
세상 사람들도 “휴가를 보내는 장소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휴가의 본질은 무엇을 했느냐가 아니라 일상의 재충전을 위함”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연세가족들은 2023년 여름을 어디서 무엇을 하며 보내면 좋을까요? 기독교인들이 최고의 휴가를 보내고 재충전하기 가장 좋은 방법은 여름 수련회입니다.
교회마다 여름성경학교, 중·고등부성회, 청년부 세미나, 장년부 부흥회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마련해 성도들의 신앙을 성장시키고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도록 합니다. 느슨해진 영성을 회복하려고 세상과 단절한 채 집중해 기도하고, 하나님을 찬양하고 말씀을 듣고 성경을 공부하며, 복된 신앙의 지체들과 교제하면서 보내는 영적인 휴가는 하반기를 알차게 열매 맺게 하고 아름답게 마무리할 좋은 영양제가 됩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 흰돌산수양관에서 열린 하계성회의 추억이 여름마다 강렬하게 떠오릅니다. 뜨겁게 박수하면서 부르던 찬양이 그립고, 눈물 흘리면서 보던 은혜 넘치는 성극이 생각나고, 폭포수 같은 생명의 말씀이 사모되고, 부르짖어 통회자복하며 기도하던 순간이 믿음을 10년 이상 앞당기는 기폭제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올해도 연세가족들이 은혜받을 하계성회가 8월 초에 마련되어 있습니다. 부서별로 기도하면서 하계성회를 잘 준비해 좋은 영적 재충전 기회를 만들고, 지속 가능한 친환경 여행처럼 궁동성전 뒷산을 걸으면서 푸른 수목의 향기를 맡고, 서로 섬기고자 마련한 제철 음식으로 영양 보충도 하고, 능력 있는 생명의 말씀을 듣고, 저녁에는 폭염도 잊어버리게 할 교회의 시원한 에어컨 시설 아래서 마음껏 기도하는, 영적 유익이 넘치는 휴가를 기대해 봅니다.
위 글은 교회신문 <807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