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적인 세기의 사건들을 기억할 것이다. 1989년 독일 베를린 장벽의 붕괴와 동·서독 통일, 이어서 1991년 12월에 발생한 소련 연방의 붕괴는 전 세계에 커다란 놀라움을 안겨주었다. 사회주의에 대한 자본주의의 완벽한 승리로 여겨졌다.
우리는 자본주의 체제에 살고 있다. 우리가 속한 이 사회는 내 것과 네 것의 구별이 세밀하게 이루어진다. 농경문화에서는 내 것과 네 것의 구분이 모호한 것도 있고, 또 굳이 그렇게 명확하게 할 필요가 없던 부분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측량술의 발달로 땅과 바다의 경계도 분명하게 나뉜다. 금융산업의 발달은 소유에 대한 개념을 더욱 견고하게 만들며, 재물과 재산의 획득은 시장경쟁 원리나 혹은 ‘나'의 노동이나 기술 그리고 축적된 지식의 활용을 통해서 오는 것처럼 혼동하게 하기도 한다.
최근의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경제 불황과 원화 가치 하락은 다시 한 번 그리스도인들의 물질관을 가다듬게 만든다.
우리나라가 경제 위기로 IMF의 관리를 받던 1997년에 영국에 유학 간 일이 있다. 그때 환율의 폭등과 원화가치의 하락으로 인해 경제적으로 심각한 어려움을 겪었다. 개인적으로 아무리 절약하고 검소하게 살아도 국가의 부도 위기 파고는 내 삶 속에 깊이 파고들었다.
국가도 부도날 수 있다. 국가는 세계 경제의 영향을 받는다. 세계경제를 누가 움직이는가? 천지를 누가 움직이는가? 물질의 주권자는 누구이신가? 천지를 창조하신 하나님이시다. 이를 어떻게 고백하고 선포하는가? 바로 십일조이다.
십일조는 이러한 주권과 축복을 누리게 하는 좌표가 된다. 굳이 말라기서의 말씀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그리스도인들이라면 상식적으로 알 수 있다(말 3:8-12).
이와 더불어 생활 속에서 ‘십의 구'에 대한 우리의 사명이 있다. ‘십의 십' 모두 하나님의 것이다. ‘십의 일'은 최소의 것으로 물질의 주권이 하나님께 있음을 선언하는 것이다.
‘십의 구’ 역시 하나님 것인데, 우리가 이를 관리하는 것이다. 십일조를 하나님께 드린다고 해서 나머지 십의 구를 내 마음대로 사용하거나 허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스도인들은 하나님께서 자신에게 관리하도록 맡긴 십의 구를 마음대로 처리해서는 안 된다. 십일조의 축복은 십의 구에서 이루어진다. 하나님의 것을 관리하는 청지기로서 십의 구를 지혜롭게, 검소하게 그리고 아름답게 활용할 때 삶의 축복이 이어진다.
십일조, 하나님의 축복이다. 십의 구, 하나님의 축복을 구체화시킨다. 경제 위기 상황에서 가장 가까이 오는 것은 물질의 시험이다. 동시에 경제 위기 상황에서 살갑게 다가오는 것도 물질의 축복이다. 하나님의 청지기로서 오늘의 경제 위기를 극복하자!
위 글은 교회신문 <148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