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를 다니다 보면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양떼와 목자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중동 지방에서는 오늘날에도 양을 많이 기르고 있다. 따라서 중동 지방을 다니다 보면 성경에 기록된 목자와 양의 의미를 떠올려 볼 수 있다. 양떼들을 인도하는 사람인 목자는 당연히 오직 남자가 맡아서 할 것이라 여겨지지만 오늘날 성지에서는 여인들도 양떼를 치고 있는 모습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우리나라와 같이 비옥한 땅에 있을 때에는 잘 와 닿지 않지만, 척박하고 거친 토양의 중동지방에 가보면 목자들이 양떼를 푸른 초장으로 인도해야 한다는 성경 말씀이 정말 피부로 와 닿는다. 필자는 예전에 요단 골짜기에서 양떼가 목자들의 통제에서 벗어나 위험한 절벽이 있는 골짜기로 뛰어가는 광경을 목격한 적이 있다. 목자들은 그 양들을 쫓아서 뛰어갔지만 도저히 양떼를 앞설 수는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양떼의 앞쪽에 돌을 던졌다. 그러자 절벽으로 향하던 철없던 양들이 목자들이 던진 돌에 겁을 먹고 더 이상 앞으로 가지 못하였다. 그런 다음 목자들이 양떼의 앞에 서서 양떼를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키는 것을 보고 목자들의 지혜에 감탄하였었다.
그리고 양떼에도 우두머리 격인 양이 있다. 중동 지방을 다니다보면 가끔 목자들이 보이지 않을지라도 양들이 자기들끼리 알아서 이동하며 풀을 뜯고 있는 것을 볼 수가 있다. 그러한 때에 양떼를 자세히 살펴보면 양들의 선두에는 양떼를 이끄는 양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양은 다른 양들에 비해서 덩치가 크고 목에 방울을 달고 있는 숫양이다. 다른 양들은 이 우두머리 양의 뒤를 따라 이동한다. 또한 목자가 없을 때에도 양들이 안심할 수 있는 이유는 양치기 개들이 양들을 지켜주기 때문이다. 양치기 개들은 양떼의 주위를 맴돌며 양들을 보호한다. 목자가 없을 때에 양떼의 사진을 찍기 위해 양들에게 접근할 때에는 각별히 조심할 필요가 있다.
목자가 돌아올 때까지 양치기 개들은 양떼에 접근하는 사람들에게 위협을 가할 뿐만 아니라 물기도 하기 때문이다.
한번은 시리아의 사막에서 양떼를 만난 적이 있다. 무리를 이탈했다 혼이 나는 양을 보는 흔치 않은 경험이었다. 골짜기로 양떼를 인도하던 10대 소년 목동이 갑자기 가던 방향을 바꾸어 양떼에 신호를 보낸 후에 험한 바위가 있는 산으로 올라가는 것이었다. 그런데 몇 마리의 양은 풀을 뜯어먹다 양떼와 멀어지게 되었고, 뒤늦게 목자의 소리를 들은 양들이 바위가 있는 산으로 올라갔다. 그 양들을 기다리고 있던 목동은 화가 잔뜩 나서 제일 늦게 온 양에게 발길질을 하며 화를 내는 것이었다.
필자가 성지를 자주 찾는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양과 목자의 광경을 보면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부족함이 없으리라는 성경의 말씀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성지에서 양과 목자를 보면서 나는 선한 목자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묵상하곤 하였다. 예수님은 ‘최선의 목자’ ‘최고의 목자’ ‘완전한 목자’이시다. 따라서 나는 그저 순종하는 양이 되어 예수님을 따라가기만 하면 예수님께서 나를 푸른 초장으로 인도하실 것이다.
위 글은 교회신문 <154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