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1-04-06 09:27:56 ]
때로는 공의의 심판으로, 때로는 구원의 방편으로
재난을 ‘나와 너’ 아닌 ‘우리’ 개념으로 이해해야
최근 일본에서 발생한 대지진과 쓰나미는 지금까지 희생자 수만 명과 이재민 수십만 명을 낳았습니다. 그래서 이웃 나라인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가 일본 이재민들을 돕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마음속으로 자연재해가 어떻게, 왜 생겼는지 질문해 보게 됩니다.
지난 1월 25일부터 나흘간 아시아 여러 나라 침례교 신학자들과 지도자들이 대전 침례신학대학교에 모여서 신학토론회를 열었습니다. 그때 함께 논의한 주제가 자연재해를 어떻게 이해하며 희생자들을 어떻게 섬겨야 하는지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저도 논문 한 편을 발표하였는데, 구약학 교수라 성경에서 자연재해를 어떻게 가르치고 있는지 살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 결과로 저는 성경이 자연재해와 관련하여 다양한 교훈을 제시한다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제가 찾은 결과들을 간략하게 언급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1. 자연재해는 인간의 신앙적, 도덕적, 사회적 죄악들을 하나님께서 공의롭게 심판하신 결과라는 점입니다(노아 시대 홍수 사건, 소돔과 고모라 사건, 애굽의 열 가지 재앙 등).
2. 자연재해는 인간의 죄와 자연을 학대한 것이 원인일 수 있습니다(아담의 죄 때문에 땅이 저주받은 예, 가인의 죄 때문에 땅이 수확을 내지 못한 예, 이스라엘 백성의 죄 때문에 자연을 파괴하였다는 여러 예언자의 선포-렘4:23~26;9:20;겔14:13 등).
이러한 이해는 현대 과학자들이 신빙성을 입증하고 있는데, 인간들의 편이와 산업화의 결과로 발생한 지구 온난화 현상이 여러 가지 자연재해를 유발하기도 합니다. 지금 일본 국민을 두려움에 빠뜨린 원전 폭발과 방사능 유출 사고는 본질적으로 인간이 만들어낸 심각한 재앙이라는 점을 깨닫게 합니다.
3. 시편 기자나 여러 예언자의 고백을 보면, 자연재해는 하나님의 임재와 능력과 주권을 드러내는 수단이기도 합니다(시29편;148:7,8,13;사51:15;욥38장 등). 그러므로 인간이나 동물의 피해가 없다면 그 자연재해는 자연의 신비로 간주해 하나님의 능력을 고백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4. 자연재해는 때때로 하나님의 백성을 구원하는 방편이기도 합니다(요셉 시대에 있었던 기근이 그의 가족을 구원하는 계기가 된 예, 애굽에 임한 열 가지 재앙이 이스라엘 백성에 자유를 제공한 예, 바울과 실라가 갇힌 옥 문을 연 지진 등).
5. 자연재해는 종말적 시대의 도래를 알리는 몇 가지 지표가 됩니다(마24장;막13장;눅21장;계6장,8장 등). 예수는 기근, 지진, 사람들의 난리 등이 만국을 영원히 통치하실 예수 자신의 재림 때가 다가왔다는 것을 알게 하는 표징이라고 가르치셨습니다.
6. 자연재해는 하나님이 세상을 창조하고 보전하는 과정의 일부이기도 합니다. 태초에 하나님께서 천지를 창조하실 때 땅이 혼돈하고 공허하고 흑암이 깊음 위에 있는 상황에서 하나님께서 질서를 잡아나가셨습니다. 마찬가지로 이 시대에도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은 자연재해를 비롯해 무질서의 요소들이 존재하고, 그 속에서 그것들을 통해 하나님은 이 세상을 새로운 형태로 만들고 또 보전해가고 계십니다.
7. 때때로 하나님도 자연재해 속에서 애통해하십니다. 하나님은 노아 시대 사람들의 죄악을 근심하시고 애통해하셨습니다. 그리고 자기 백성의 죄를 자연재해를 동반해 심판하시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로 말미암은 자연 파괴와 가축들의 죽음을 슬퍼하셨습니다(렘9:10). 그리하여 인간의 죄를 공의롭게 심판하시는 하나님께서 동시에 자비와 긍휼로 심판의 희생자들을 애통해하십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세계 곳곳에서 자연재해가 발생할 때, 재해를 교훈의 하나로만 주장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재해를 당한 자들의 삶의 모습과 처지를 바르게 이해하고 그들이 당한 재해의 의미를 나눌 수 있어야 하며, 아울러 우리 스스로 예수의 재림을 기다리는 신앙인답게 삶을 거룩하게 추스르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위 글은 교회신문 <236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