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0-11-24 13:03:24 ]
무명 텔레비전 기자가 탄광 구조 작업에 취재를 나갔다. 무너진 탄광 안에는 광부들이 갇혀 있고, 밖에는 광부 가족들이 초조하게 지켜보고 있으며, 구조원들은 열심히 땅을 파고 있었다. 사흘 동안 밤낮없이 기다리며 취재하는 중에 너무나도 아름다운 장면이 눈앞에 펼쳐졌다. 구조 작업을 펼치다 휴식을 취하던 광부들이 활활 타오르는 장작불 주변에 모여 있을 때, 근처 교회 젊은 목사님이 와서 예배를 드리는 장면이었다.
얼굴이 검게 그을린 광부들이 목사님 주변에 둘러서서 기도하고 찬송을 불렀으며, 목사님은 성경 말씀을 읽고 설교 말씀을 전했다. 예배 중 눈송이가 하늘에서 하얗게 내려왔다. 생사를 오가는 현장에서 펼쳐진 너무나도 아름다운 장면이었다.
무명 기자는 이 장면을 카메라에 담으면서 흥분했다. 이것은 분명히 특종이며, 이를 통해 기자로서 자신을 전 세계에 알릴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촬영 중 갑자기 카메라가 멈추어버렸다. 추운 날씨 때문에 카메라가 고장이 난 것이다. 그는 망연자실하다가 정신을 차리고 카메라를 장작불 가까이에 가져가 마구 두드리면서 제발 돌아가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그러자 카메라가 다시 돌아갔지만 예배는 이미 끝나버렸다.
그는 목사님에게 다가가서 말문을 열었다. “목사님, 저는 CBS 뉴스 필 도나휴 기자입니다. 카메라에 문제가 생겨 목사님의 감동적인 기도를 찍을 수가 없었어요. 이제 장비가 수리되었으니 조금 전에 하셨던 기도를 다시 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이때 목사님은 곤란한 표정을 지으면서 대답했다.
“하지만 형제님, 전 이미 기도를 마쳤습니다.”
무명 기자는 자신이, 그 유명한 미국 CBS 방송국 기자임을 강조하면서 목사님을 설득했지만, 목사님의 태도는 단호했다.
“보셨듯이 전 이미 기도를 끝냈습니다. 같은 기도를 되풀이할 수는 없습니다. 그건 솔직한 기도가 아니니까요.”
“하지만 목사님, 목사님의 기도는 CBS 뉴스를 통해 2천여 개에 달하는 텔레비전 방송국으로 보내집니다. 시청자 수백만 명이 목사님의 기도를 보고 들으며 저 지하에 갇힌 광부들 목숨을 구해 달라고 함께 기도할 것입니다. 온 세계 자유진영에서 시청자 수백만 명이 목사님의 모습을 보면서 웨스트버지니아 지역 주민의 깊은 신앙심에 감동할 것입니다.”
“안 됩니다. 그건 옳지 않습니다. 전 이미 하나님께 기도를 드렸습니다.”
그 목사님은 이 말을 마치고 떠나 버렸다. 무명 기자의 꿈이 날아가는 순간이었다. 그는 화가 치밀었고 목사님을 원망하고 욕했다. 그러나 먼 훗날 필 도나휴가 유명한 텔레비전 토크쇼 진행자가 되었을 때 이 일을 회상하면서 그는 이렇게 썼다.
“그 목사님은 이제껏 내가 만난 어떤 사람보다도 도덕적인 용기를 지닌 분이었다. 허례허식과 눈속임이 팽배한 세상에서 텔레비전 방송을 위한 거짓 행동을 거부한 그분이야말로 하나님이 사랑하시는 자녀일 것이다. 그분 말씀처럼 이미 바친 기도를 되풀이하는 것은 거짓이었으리라.”
그렇다. 진실한 기도는 연출이 없는 기도다. 남에게 보이려고 하는 기도, 다른 사람의 귀를 즐겁게 하려고 마음에도 없는 말로 꾸미는 기도가 아니다. 기도하면서 설교하고, 때로는 기도를 훈계의 수단으로 삼는 것도 잘못이다. 기도는 내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말로 하나님과 진실하게 나누는 대화다. 그 대화에서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나 자신을 돌아보며, 예수님처럼 궁극적으로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는 기도야말로 진실한 기도다.
위 글은 교회신문 <218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