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3-02-26 09:35:42 ]
구원의 감격만 생각하고 행동하지 않는 그리스도인
주를 위해 남은 평생을 어떻게 살 것인지 결단해야
신정이나 구정 때가 되면 가장 많이 듣는 성경 말씀 중 하나가 “너희는 이전 일을 기억하지 말며 옛적 일을 생각하지 말라 보라 내가 새 일을 행하리니 이제 나타낼 것이라”(사43:18~19)입니다.
이 말씀은 하나님께서 기원전 6세기에 바벨론 압제에서 고통받던 유다 백성에게 주신 위로와 소망의 예언입니다. 이 말씀에서 “너희는 이전 일을 기억하지 말며 옛적 일을 생각하지 말라”는 구절의 뜻을 우리는 흔히 ‘유다 백성이 죄와 허물에 빠져 고달프게 살던 과거를 기억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로 이해합니다.
그러나 본문 앞 구절인 16, 17절을 보면, 이전 일, 옛적 일은 과거에 하나님께서 베풀어 주신 출애굽 사건을 의미합니다. 그러므로 이 구절은 하나님께서 과거 조상에게 출애굽 사건으로 구원해 주신 일을 기억하지 말라는 말씀인데, 그 이유는 앞으로 하나님께서 그들에게 몇 곱절이나 큰 구원의 이적을 이루어 주실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하여, 바벨론에 포로로 가 있던 유다 백성을 고향 땅으로 돌아가게 하시려고 광야에 대로와 강을 내어 주시던 것보다 큰 이적을 이루실 것을 하나님께서는 이미 계획하셨습니다.
이런 문맥적인 이해에 근거하여 볼 때, 하나님께서는 과거에 자기 백성에게 이루어 주신 구원 사건에 만족하여 현재에는 아무 일도 하지 않으시는 분이 아닙니다. 오히려 하나님께서는 현재와 미래에도 자기 백성에게 부지런히 새 일을 행하시며 그들을 위해, 그들을 통해 하나님 나라를 이루어 가시는 분입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는 자신의 백성이 과거에 이루어 놓은 일들에 자만하거나 도취해서 현재를 허비하거나 방종하지 않고, 늘 하나님께서 새롭게 주시는 거룩한 사명을 이루어 가기를 원하십니다.
혹시 우리 중에 과거에 머물러 있는 분들이 있지는 않은지 궁금합니다. 과거에 예수 그리스도를 구세주로 믿기 시작할 때 체험한 구원의 감격을 자랑하지만, 현재에는 예수 그리스도와 인격적 만남도 않고, 그분의 나라 확장과 영혼 구원을 향한 부르심에 귀를 막은 그리스도인이 뜻밖에 많은 것 같습니다.
과거에 주님과 교회를 많이 섬겼고, 영적으로도 최고 정점을 경험했기에 현재라는 시간에 더 추구해야 할 일이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사업하거나 학교생활을 하는 이 중에도 이미 이룰 만큼 이루어서 이제는 더 노력하지 않아도 남은 인생을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들을 향하여 하나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이전 일을 기억하지 말며 옛적 일을 생각하지 말라 보라 내가 새 일을 행하리라.” 그래서 이 말씀은 우리 그리스도인의 삶과 신앙의 자세가 항상 과거에 만족하지 않고 현재와 미래지향적이 되어 날마다 영적으로, 전인격적으로 더욱 성숙해 가도록 도전하라는 뜻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기원전 4세기에 그리스에 티만테스(Timanthes)라는 화가가 살았습니다. 티만테스는 그림을 그리는 재능이 뛰어나서 스승을 비롯한 주위 사람들에게 칭찬을 많이 받았습니다. 한번은 티만테스가 그린 그림이 매우 뛰어나자 티만테스는 자기가 그린 그림에 도취해 며칠 동안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자기 그림만 보고 있었습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지혜로운 스승이 티만테스가 없을 때를 틈타서 그 그림에 다른 색칠을 하여 그림을 망가뜨렸습니다. 자기가 그린 훌륭한 그림이 망가진 것을 안 티만테스는 스승에게 이 사실을 알렸습니다. 그러자 그 지혜로운 스승은 티만테스의 그림을 망가뜨린 이가 자기라는 것을 밝히면서, 그 그림이 티만테스의 진보를 방해하는 것 같아서 그랬다고 말했습니다. 리고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라, 더 나은 그림을 그리려고 더욱 노력하라”고 권면했습니다. 이 지혜로운 스승의 권유를 받아들인 티만테스는 나중에 미술사에 길이 남을 ‘이피게니아의 제사’라는 작품을 그리게 됩니다.
지금까지 신앙생활, 교회생활을 해 오며 이루어 놓은 일들이 무엇입니까? 아마 우리가 주 안에서 성취한 일들과 주님께서 베풀어 주신 과거의 은혜들을 주위 사람에게 간증하려면 몇 날 며칠이 걸릴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말씀대로 이전 일을 기억지 말고 현재와 미래에 주님께서 우리를 통해 이루실 새 일을 기대하며 성취해 나가는 보람된 나날을 만들어 가시기 바랍니다.
/이형원 교수
침례신학대학교 성서신학
위 글은 교회신문 <327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