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칼럼] 믿는 자들이 지니는 진정한 ‘힐링’

등록날짜 [ 2013-07-23 09:31:21 ]

상처받은 마음 여가에 투자해도 위로받기 힘들어
진정한 회복을 얻으려면 말씀과 기도에서 찾아야

지난 7월 초, 장마가 잠깐 소강상태인 틈을 타서 충청남도 만수산과 오서산 자영휴양림에 갔습니다. 울창하게 자라난 천연림 속에서 맑은 공기를 모처럼 만끽했지요. 그런데 두 장소에 공통적으로 눈에 띄는 간판이 있더군요. ‘힐링 숲’이란 단어였습니다. 그것을 보며 ‘내가 지금 힐링을 하고 있나?’ 하는 생각과 더불어 그동안 무심코 지나치던 ‘힐링 열풍’에 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힐링’이란 말 그대로 ‘치유’입니다. 얼마 전까지 ‘속도 전쟁’에 지친 우리에게 ‘느리게 살기’를 강조한 ‘웰빙 열풍’보다 이것은 좀 더 강도 높은 요구가 아닌가 싶습니다.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삶의 태도’가 웰빙 목적이지만, ‘힐링’ 목적은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마음의 치유’이니까요. 아무튼 세계 36개 선진국 가운데 한국 국민의 행복지수가 27위라는 통계 수치와 더불어 ‘힐링 열풍’은 행복을 밀어내는 근심의 주름이 켜켜이 쌓여 있는 우리 삶의 현주소를 명징하게 보여 주고 있습니다.

그러면 ‘힐링 열풍’ 덕분에 우리는 전보다 행복해졌을까요? 분명, 긍정적인 면이 있지요. 행복하기 위해 외면적인 면보다는 내면적인 면에 초점을 두어 스트레스 관리를 체계적으로 하고 그 결과 우울증 같은 정신 질환을 미리 예방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그런데 모 신문에 실린 자료가 그런 생각을 무색하게 만들더군요. 그 기사에 따르면 요즘처럼 경제 상황이 어려워질 때, 대개 오락·문화 소비부터 줄이는 현상이 일반적인데, 그 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지요. 그 이유는 “오랜 경기 침체에 지친 마음을 치유하기 위한 ‘힐링족’이 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됐습니다. 통계청이 발표한 ‘2분기 가계 조사’를 따르면 전국 가구당 오락·문화 소비는 작년 대비 평균 6.8퍼센트 늘어났는데, 그 중 2003년 통계 작성 이래 142.2퍼센트로 최대폭 증가세를 기록한 항목이 게임기 등 ‘오락문화 내구재’ 소비였답니다.

피로를 강요하는 사회에서 지치고 상처받은 마음을 위로하려고 여가에 돈을 투자하는 것은 나름 이해할 수 있지요, 그러나 정신적 치유를 위해 ‘오락 지향적인 사회’가 된다는 점은 분명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와 함께 그 기사를 보던 대학생인 딸아이가 명쾌하게 일갈하더군요.

“힐링은 제2의 웰빙 사업 아냐?”

성경에도 ‘힐링’과 관련한 단어가 나옵니다. ‘샬롬’이지요. 그것은 ‘모든 사물과 관계들이 온전한 균형과 조화를 이룬 상태’를 의미합니다. ‘샬롬’이 이루어지면 사람과 공동체 사이에는 갈등이 해소되고 분쟁이 사라집니다. 이를 통해 자연과 사람, 사람과 사람 그리고 사람과 하나님의 관계가 회복하고 평화가 이루어집니다. 그러면 비로소 지속적인 마음의 치유가 진행되지요. ‘샬롬’은 요즘 사람들이 그렇게도 소망하는 ‘힐링’의 본체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 명징한 ‘회복’을 위해서는 조건이 있지요. ‘자아를 내려놓기’가 요구됩니다. 약하고 남루한 나의 모습을 그 자체로 인정하며 그분 앞에 내려놓는 ‘빈 마음’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이것이 참 어렵더군요. ‘주체적 개인’을 소리 높여 외치는 세상에 길든 우리에게 ‘나를 비우고 온전히 의지하기’ 작업은 여간 괴로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진정한 ‘힐링’은 ‘견디기’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울퉁불퉁한 삶을 기도하며 견디고, 낯설은 성령의 소리에 순종하기 위해 더욱 기도하며 견디고…. 그럴 때 ‘샬롬’은 바로 내 마음의 풍경이 됩니다. 그래서 성경에 “인내는 연단을, 연단은 소망을 이루는 줄 앎이로다”(롬5:4)라고 했지요.

곧 다가올 불볕더위에 세상은 행복해지기 위해 ‘힐링’을 하느라 떠들썩해지겠지요. 그 속에서 ‘샬롬의 힐링’을 찾는 하나님의 구별된 백성이 올여름엔 더욱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OECD 36개 국가 중 ‘세계 행복지수 27위’라는 부끄러운 위치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요.


/윤은미 집사(방송작가, 서울장신대 출강)

위 글은 교회신문 <346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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