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4-12-23 16:03:22 ]
아기 예수만 생각하고 그것을 기념하는 날이 아닌
우리 죄를 위해 대신 죽으러 오신 날임을 명심해야
예수께서 태어난 날을 기리는 성탄절은, 예수 믿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모든 사람이 기다리는 최대 명절이 되었다. 모든 사람이 축하하는 것은 고마운 일이지만, 모두가 축하하는 바람에 오히려 본래 의미를 잃게 된 것도 사실이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탄생하신 성탄절을 즐거운 파티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멋진 트리를 만들고, 선물을 나누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신 나는 음악을 듣는 것에다 살짝 고명처럼, 아기 예수 이야기와 장기자랑 같은 교회 프로그램을 얹으면 크리스마스는 그럭저럭 성스럽게(?) 완성된다.
이런 풍경 때문에, 일부 사람들은 한국교회에 끼친 성탄절의 폐해를 지적한다. 멀쩡하던 예수님이 매년 성탄절에 ‘아기’로 등장했다가 그 이후 1년 동안 무럭무럭 성장하고는, 다음 해 성탄절에 다시 ‘아기’로 복귀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는 것이다. 예수님은 유효기간이 1년인 것처럼 보일 뿐, 성탄절 속에 2000년이 넘은 예수의 역사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한다.
오늘날 우리가 보내는 성탄절의 모습을 보면, 이러한 비판에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한다. 성탄의 의미가 잘 드러나지 못하는 이유는 아마도 모든 관심이 12월 24일과 25일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인 듯하다. 과거 신앙인들이 이날을 어떤 자세로 기다렸는지 알아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
성탄일 4주 전부터 예수의 탄생을 기다리며 예수의 의미를 생각하기도 했다. 또 성탄일을 준비하기도 했는데, 4주 동안 소망의 그리스도, 공의의 그리스도, 기쁨의 그리스도, 사랑의 그리스도를 다시 한 번 생각하며 예수 탄생의 의미를 되새기기도 했다.
이는 예수를 기다린 사람들의 소망과 예수께서 행하신 일들의 의미가 담겨 있다. 또 예수의 탄생뿐 아니라, 예수의 다시 오심을 기다리는 마음을 담고 있기도 하다.
우리가 맞이하는 성탄절은 우리의 죄를 사하려 이 땅에 오신 예수께 감사하고, 다시 오실 그리스도를 기대하면서, 예수 그리스도의 의미를 새기는 날이기 때문이다. 성탄에 재림을 기다리는 마음이 빠진다면, 예수의 유효기간은 늘 1년으로 한정될 수밖에 없다.
매년 돌아오는 성탄절은 늘 아기 예수만 보여 주기 때문이다. 매년 돌아오는 성탄절이지만, 매년 그 의미가 달라지며 새로운 결단을 해야 하는 까닭은, 성탄절은 탄생이라는 과거뿐 아니라 다시 옴이라는 미래를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각자 자기 나이만큼의 성탄절을 맞이하며 달려온 시간 앞에, 이제 또 하나의 각별한 성탄절이 다가온다. 2014년 성탄절에는 무엇을 할 것인가? 이번 성탄절은 먹고 마시고 즐기고 예수를 갓난아이로 만드는 그러한 축제가 아니기를….
척박한 땅에 소망으로 오셔서 공의와 사랑을 실천하실 예수의 탄생을 기쁨으로 화답하던 초대교인들처럼, 우리의 삶에 예수의 의미를 담고자 결단하며 그 기쁨으로 다시 오실 예수를 소망할 수 있는, 그런 성탄절이 되기를 바란다.
김호경 교수
서울장신대 신학과
위 글은 교회신문 <415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