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처형 내외가 우리 집에 놀러 온 적이 있습니다. 오랜만의 만남이라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고 날이 어둑해질 무렵 화장실에 들어가던 손위 동서가 불이 안 켜진다며 여기저기를 확인하고는 “전구만 갈아주면 되는구만...” 하더군요. 이 소리를 들은 아내는 “아마 몇 개월 됐을 걸요”라며 그간의 나의 무관심에 일침을 가하는 것이었습니다. 순간, 얼굴이 뜨거워지며 몇 번씩이나 전등을 갈아달라고 하던 아내의 목소리가 귓전을 스쳤습니다. 이력을 밝힐 기회가 있을 때마다 건축기술자임을 자랑스럽게 말하면서도 집에서는 언제나 바쁘고, 지치고, 힘들어하는 사람에 불과했을 뿐, 건축기술자다운 모습을 보이질 못했던 거죠.
여러 가지 핑계로 자기 역할을 등한시 하는 나의 모습은 기독교인으로서의 삶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였음을 시인할 수밖에 없습니다. 시간이 없다고, 달란트가 다르다고 나 스스로를 위로하며 전도와 충성을 등한시 했던 나의 모습을 이제는 바꾸어야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아직도 제 작동을 잘 못하고 있는 우리 집 현관 손잡이부터 고쳐야겠습니다.
위 글은 교회신문 <70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