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고 지켜라

등록날짜 [ 2006-01-06 14:33:22 ]



청소 시간의 일이다. 초등학교 일년생인 우리 반 아이에게 “이것 좀 부셔오너라”라며 쓰레기통을 건넸다. 몇 분 후, 아이는 의기양양하게 “선생님 다 했어요” 라면서 산산 조각난 쓰레기통을 가져왔다. 나는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표준어 ‘부시다’는 ‘그릇 따위를 깨끗이 씻다’라는 뜻인데 그 애는 ‘부수다’의 뜻으로 오해했던 것이다. 쓸 만한 쓰레기통을 망가뜨려오라고 했을 리 만무한데도 아이는 한번도 되묻지 않고 행동으로 옮긴 것이다.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선생님 심부름이라면 이유를 묻지 않고 서로 하려고 앞 다퉈 신이 나서 하는 모습을 볼 때 눈시울이 뜨거워지곤 한다. 하나님이 노아에게 “방주를 지어라”, 아브라함에게 “가나안 땅으로 가라” 하실 때, 그들은 되묻지 않고 순종하여 하나님의 사랑을 받았다.
요즘 나를 아는 사람들은 “언제 떠나요?”가 인사다. 몽골에 선교사로 간 남편을 왜 따라가지 않느냐는 뜻이다. 선교는 내 방식이 아니라 하나님의 방식으로 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교사라는 든든한 직장이 얼마나 내 발목을 잡는지... 하나님을 사랑하노라 하면서 왜 그리 하나님 말씀을 순종하는 것은 더딘지... 하나님의 기쁨보다는 나의 손익 계산을 따지고 있지는 않은지...
오늘, 심부름을 엉뚱하게 해결하고 의기양양하게 돌아온 아이의 행동이 부럽기까지하다.

위 글은 교회신문 <80호> 기사입니다.

    아이디 로그인

    아이디 회원가입을 하시겠습니까?
    회원가입 바로가기

    아이디/비번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