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모 권사님 댁을 방문하였다. 그는 젊었을 적에 병약한 아들을 위해 40일 금식기도도 거뜬히 하고, 열흘, 닷새 하는 금식은 수시로 하였단다. 그런데 연로해진 지금은 사흘 금식도 힘들고, 기도하고 싶어도 기운이 없어서 못하겠다며 안타까워했다. 차일피일 ‘금식기도’의 감동을 미루고 있던 내 모습이 초라해져서 바로 금식에 들어갔다.
하루는 딸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 원장님과 대화하다가 권사님 이야기를 하게 됐다. 60세가 넘은 그 원장님은 “맞아요. 우리 친정어머니는 90이 넘으셨는데 늘 ‘눈 밝을 때 성경책 읽어라'고 말씀하세요. 신앙생활도 젊어서 해야지 나이 먹어 늙으면 마음뿐이지 육신이 따라주지 않아요."라고 하셨다.
자녀들이 자라서 결혼하면 나도 할머니가 될 거라는 막연한 상상을 해본 적은 있지만, 눈이 어두워서 성경책을 못 읽고, 기력이 없어 부르짖어 마음껏 기도하지 못 하는 날이 온다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믿고 싶지 않고, 인정하고 싶지 않아도 그날은 반드시 오고야 말 것이다. 이웃들이 생각났다. 예수 믿으라고, 천국과 지옥이 정말 있다고, 하나님은 살아계시다고 아무리 말해도 믿지 않는 이들. 언젠가는 그들도 자기 발로 걸을 수 없고, 말을 들어도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 없는 날이 오고 말 텐데.... 기력이 있고 총기 있는 젊은 시절에 복음을 듣고 예수님을 만날 수 있기를 기도한다.
내게 주어진 오늘을 충실하게 말씀대로 살고 싶다. 내게 주어진 건강과 젊음이 그리 길지 않음을 알기에 엄마로, 아내로, 교회의 직분자로 사는 바쁜 지금이 감사하기만 하다.
- 박집사의 ‘심방일기' 중에서
위 글은 교회신문 <86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