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얼굴에 핏기가 하나도 없고 몸이 비쩍 마른 50대 정도의 남자가 나의 근무처인 대방동 사회복지과를 찾아 왔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라고 묻자 그는 나즈막한 목소리로 자신의 지나온 삶과 현재의 어려움을 이야기했다. 내용인즉 2년 전 자신에게 과도한 힘을 쓰면 근육이 그대로 굳어버리는 희귀 질병이 찾아왔고, 그로 인해 그의 아내는 이혼을 하고 집을 나가 버렸으며 설상가상으로 군복무를 마친 아들 또한 자신과 똑같은 질병에 걸려 가정이 파탄에 이르게 됐다는 것이다. 세상살이가 너무 힘이 들어 목숨을 끊으려고 했지만 그마저도 뜻대로 되지 않았다고 한다. 말을 듣고 난 뒤 “왜 진작 찾아오지 않으셨어요? 나라는 당신 같은 사람을 도와줄 준비가 되어 있어요”라고 말하자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만이 국가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줄 알았다"며 듣는 나를 안타깝게 했다. 그를 돕기 위해 필요한 서류를 적어 보내고는 잠시 나 자신을 돌아보았다. “무엇이든지 구하라 그러면 주신다”는 주님의 음성에, “새벽에 도우시는 하나님을 바라보며 새벽예배 나오라”고 부르짖는 목사님의 음성에 귀 기울이지 못한 나를 말이다. 만일 그가 스스로 나는 안 되겠지 하고 포기하여 산에서 목을 맸거나 아니면 끝내 도움을 요청하며 찾아오지 않았다면 과연 그의 앞날은 어떻게 되었을까?
오늘도 주님은 우리의 질병을, 가난을, 삶의 문제를 가지고 기도로 주님께 나아오길 기다리고 계신다. 모든 것을 해결할 만반의 준비를 다 해 놓고서 말이다.
위 글은 교회신문 <90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