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예배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엔 풀내음, 녹음이 가득하다. 생명을 알알이 영글어내는 나무며 옥수수, 콩, 고추 등의 식물이 벌겋게 누워 아낌없이 자양분을 내주는 흙에서, 이제 아침을 활기차게 열어젖힌 태양의 기온에서, 풀잎마다 달고 있는 이슬에서 오롯이 느껴진다. 바삐 가느라 눈길 한 번 주지 못했음을 나무라듯 생명을 뿜어내는 그들은 정직하게 열매를 내고 순리대로 말 그대로의 자연이다.
교회 후문 쪽 산길 입구의 은행나무는 지난 봄 뎅겅뎅겅 가지들이 잘리어 내 가슴을 아프게하더니 어느새 연약한 가지마다 무성한 잎을 달고 이른 아침이면 어김없이 아마도 200여 마리는 족히 됨직한 참새들의 지저귐을, 귀여운 수다를 다시 들려주고 있다. 밭 가운데는 부지런한 아낙이 바지런하되 상냥한 손길로 식물들을 쓰다듬으며 그림처럼 하나가 되어 있다. 그녀의 생명을 다루는 솜씨가 짐짓 발걸음을 붙잡는다. 문득 내려다본 발밑에는 지렁이가 ‘꿈틀’ 생명 있음을 알린다. ‘앗, 조심하세요!'
우리는 예수의 생명을 가졌다. 주님의 살과 피로 펄떡이는 생명을 가졌다. 헌혈이 꺼져가는 목숨을 살리듯 생명은 생명을 낳고 살리고 풍성하게 한다. 오랜 생활 방식과 습관들에서 기인한 낡고 편협하고 삐딱한 생각들도 마땅히 생명으로 새로워져야 한다. 지금 우리의 생각을 끄집어내어 한번 살펴보자. 갈피갈피 나도 눈치 채지 못한 불신앙은 없는지....
위 글은 교회신문 <92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