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별로 특별함 없는 구역장 중 한 사람이다. 그런데 만나고 겪어볼수록 진실함과 겸손함이 있었다. 3살짜리 손주를 둔 젊은 할머니인 그녀에게는 남모르는 신앙의 열정이 있었고 힘들고 버겁겠다 싶은 일도 주님의 일이라면 당연히 자신이 해야 할 몫이라고 여기며 묵묵히 감당했다.
그녀와 나는 20년 차이가 난다. 삶의 연륜을 어찌 따라갈 수 있으랴마는 당신보다 한참 어린 내게 직분자라고 깍듯이 대우하며 순종해주었다. 그러나 그녀의 진짜 매력은 언어생활이었다. 과묵한데다 더더욱 남의 말은 절대 하지 않는다. 그래서 신뢰하고 의지하며 따랐는데 그분이 위암 말기란다. 가족들과 함께 내게도 큰 충격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넉넉히 이겼다. 역시 그녀였다. 피를 토해 내고 자신의 몸을 움직일 수조차 없는 질병의 두려움 속에서 그녀는 찬양했고, 예배드리기를 눈물로 사모하며 기도했다. 암과의 사투 속에서 어느 날 갑자기 암세포가 모두 사라졌다며 병원에서 퇴원하라는 것이다. 그 승전보를 듣고 기뻐하며 병실을 찾아갔을 때 그녀가 털어놓는 이야기들....
남 말하지 말랜다. 주일날 사사로운 세상 말하지 말고 기도하랜다. 생명 걸고 목회하시는 목사님을 위해 기도하랜다. 작은 병실 안엔 적막과 함께 성령만이 충만했다. 앞으로도 그녀는 주께 드릴 열매를 쌓아가며 충성할 것이다. 그런 그녀에게 박수를 보낸다.
위 글은 교회신문 <98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