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여름, 학교에 출근을 하자마자 한 통의 전화가 왔다.
“가희 아버님이 지금 위독하시답니다." OO쉼터에서 걸려 온 전화다. 급하게 가희에게 연락을 하고 하루가 지난 뒤 가희에게서 문자를 받았다. 아빠가 돌아가셨다는 것이다. 3일 후 학교에 온 가희는 수업시간 내내 피곤한 얼굴로 책상에 엎드려 잠을 잤다.
일년 전인 지난해 늦봄, 유난히 키가 작은 초등학생 가영이와, 뼈가 앙상한 모습의 중학생 가희가 OO쉼터에 왔다. OO쉼터는 불우한 가정의 아이들이 고등학교 과정을 마칠 때까지 지낼 수 있는 곳이다. 가희가 올해 초 내가 근무하는 고등학교 1학년으로 입학했기에 조심스레 가족들 이야기를 물어볼 때면 가희는 눈물을 글썽이며 말꼬리를 흐렸다. 가끔 동생 가영이가 가족 이야기를 할 때면 “아빠는 몸이 아프셔서 집에 계시고 엄마가 집에서 부업을 하세요. 그리고 언니는 중학교 때 가출을 한 적도 있구요...”라며 금세 고개를 돌리곤 했었다.
여름방학이 되자 쉼터의 아이들은 모두 집으로 돌아간다고 들뜬 분위기다. 나는 내심 가희네 자매가 걱정됐다. 하루는 조심스레 물었다. “가희야, 방학에 집에 간다며?” “네! 20일 동안은 집에 있을 수 있대요.” 나의 걱정이 무색할 정도로 밝고 기대에 찬 목소리로 대답하는 가희. 집에 가면 엄마를 도와주고 무엇을 할지도 계획을 세웠단다. 집에서 끼니도 제대로 못 때우고 기본적인 생활도 유지하기 힘들어 쉼터로 보내졌지만, 그럼에도 방학이 되어 만날 가족이 있고 돌아갈 집이 있다는 사실에 가희 자매에게는 더없이 행복한 표정이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날. 그들의 발걸음은 그 어느 때보다 가벼워 보였다.
돌아갈 집이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다. 이 세상 끝나는 날 나도 이들처럼 하나님이 준비하신 집에 가벼운 발걸음으로 돌아가 주님 만날 그날을 기대해 본다.
위 글은 교회신문 <148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