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꼬리 만한 신앙으로 하나님을 무던히도 아프게 했던 한해였다.
‘저 혼자서도 잘해요. 그냥 놔두세요. 아니 그렇게 지켜봐 주세요.’ 복음 안에서 온전치 못한 모습으로 기우뚱거리다 넘어지고 쓰러지기를 반복하면서도 아버지께 도와달라고 손 내밀지 못하고 끝없는 욕심으로 아버지 앞에 떳떳하지 못하여 늘 뒤통수가 따가웠다. 거짓과 위선으로 근사하게 포장된 날 누구보다 잘 아시는 아버지 앞에 내 모습이라니.
그런 날 잠잠히 바라보시며 기다리시는 하나님. 아직 아버지의 사랑이, 관심이, 그 눈길이 날 향하고 있음에 감사하며 이제는 나를 비우고 싶다. “아버지, 나 믿음 없어요! 나 교만해요!” 자존심의 다른 이름에 지나지 않는 교만함을 무기인 양 철모 쓰듯 쓰고서 목이 뻣뻣해 먼저 고개 숙이지 못한 어리석음.
지금 무릎을 낮추고 머리를 조아리고 마음을 엎드린다. 철모가 벗어지고 위선의 허울이 간 데 없고 욕심으로 무장한 마음이 순간에 해제된다. 어제나 오늘이나 영원토록 동일하신 하나님, 그 변함없는 사랑과 신실하심으로 날 안아주신다. “나의 예수님! 난 주가 필요해요!” 이렇게 나아오길 그토록 기다리신 아버지, ‘하나님 아버지, 주름살 펴지도록 제가 잘할게요. 제게서 믿음을 보세요!’ 지난날의 치기 어린 고백들.... 그러나 아버지는 나를 정확히 아신다. 또한 순간일지라도 믿음의 고백을 기억하시고 서툴고 더디고 미련한 나를 통해 일하신다.
주마가편이란다. 달리는 말에겐 주변 상황이 보이지 않는다. 매혹적인 세상 문화, 문명, 물질이 힘을 잃는다. 이제는 낙망한 나를 일으키고 우직하게 믿음의 푯대를 바라보며 머슴처럼 발 빠르게 움직이자. 순환하는 계절 속에 붙잡을 수 없는 세월을 아껴 내 영혼 사랑하며 내 이웃 영혼 살리기에 마음을 쏟자! 우리가 가진 선물인 천국을, 예수를 주자!
위 글은 교회신문 <152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