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어릴 적 놀다가 생긴 흉터 몇 개가 아직도 남아있다. 친척들과 다 같이 놀러 간 공원에서 뛰어놀다가 두꺼운 대리석 의자에 이마를 찧어서 꿰맨 흉터. 이 안에는 같이 놀던 친척들이 모두 놀라 얼굴이 하얗게 변했던 기억이 함께 묻혀 있다. 꼬마 때 친구들과 싸우다가 얼굴에 난 손톱자국, 친구 집에 놀러갔다가 개한테 손을 물려 생긴 흉터 등.... 어쨌든 흉터 하나하나마다 이야기가 하나씩 들어 있어 내가 살아온 과거를 증명해 주고 있다.
그런데 몸뿐 아니라 내 마음에도 여기저기 크고 작은 흉터들이 산재해 있다. 부모님, 가족, 선생님, 친구들로부터 사랑과 인정을 받고 싶은 욕구, 또 세상이 내 중심으로 돌아가 주었으면 좋겠는데 세상은 내게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여기저기 상처를 많이 입었고 아물던 상처가 덧난 적도 많았다. 상처를 입고 그것이 회복되어 흉터로 남고 다시 상처를 입고 그것이 아물어 또 다른 흉터가 되는 동안 나는 성장하면서 더욱 인생을 배웠다.
흉터는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삶의 훈장이 될 수도 있고, 감추고 가리고 싶은 창피한 흔적이 될 수도 있다. 신앙생활을 하면서, 인생의 여정에서 항상 행복한 일만 있을 수는 없다. 때론 아픔과 고난 가운데 상처도 받지만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극복하느냐에 따라서 빛나는 진주가 될 수도 있고, 독을 뿜는 이물질로 남을 수도 있다. 아픔을 통해서 우리를 더욱 단단하게 하시고 정금같이 나오게 하시는 하나님을 믿는 믿음이 있다면, 지금 잠깐의 아픔도 이길 힘 또한 주시리라.
위 글은 교회신문 <162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