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0-10-19 07:57:41 ]
학생들과 함께하는 즐거움
아침 8시. 제가 근무하는 중학교 교문 앞에서 학생들에게 인사하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전 무시무시한(?) 학생부 선생님이거든요. 저에게 인사하는 학생들 눈빛이 왠지 불안합니다. 교문 앞에서 자기 이름을 부른다는 건 그리 반가운 일이 아니겠죠? 그래도 아침에 학생들은 삼삼오오 친구들과 함께 뭐가 그리도 재미있는지 즐겁기만 합니다. 입시라는 큰 짐을 안고 있는 고등학생보다는 한결 가벼운 중학생들이라서 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지금 제 앞에는 3학년 5반 귀염둥이 슈퍼 천진난만 예쁜 순둥이 학생 37명이 아침 자습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네 번 담임하면서 만났던 아이들 가운데 최고입니다. 무엇보다 학급 친구들끼리 잘 뭉칩니다. 학급 분위기가 좋다 보니 마냥 떠들 것 같은데 공부할 때는 공부하는 분위기로 시끌벅적합니다. 제가 담임을 맡은 4년 동안 단 한 번도 1등을 한 적이 없는데 웬일인지 이번 아이들은 거뜬히 1등을 해냅니다. 정말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아이들이죠? 그래서 자꾸만 일을 벌입니다. 삼겹살 파티, 학급 노래자랑, 피구대회, 족구대회, 공부 계획표 짜기, 체육대회 응원 연습, 반 티셔츠 만들기, 피자파티, 생일잔치, 사진 콘테스트, 공부시키기 프로젝트 등 다양합니다. 어디서 이런 생각들이 나오는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주고 또 주고 또 주고 싶은 마음입니다. 제가 볼 땐 아이들 모두 행복해 보이고 저마다 수준에 맞추어 긍정적이고 즐거워 보입니다.
기도할 때마다 우리 반 학생들이 떠오릅니다. 하지만 바로 눈물이 납니다. 각 학생의 어려움을 떠올리며 중보할 때도 있지만 마지막은 항상 안타까움의 눈물입니다.
이런 아쉬움 때문에 제가 교회학교 중등부에 계속 있는가 봅니다. 학교에서 말하지 못한 예수를 교회 중등부 신입부에서는 너무나 자유롭게 말할 수 있습니다. 처음 교회에 온 아이들에게 예수가 누구인지 교회가 무엇을 하는 곳인지 하나님이 살아계심을 학생들에게 말합니다.
저는 참 복 받은 사람입니다. 예수를 말하는 곳에 있는 것을 보면 저는 확실히 복을 받은 것 같습니다. 전하지 않으려 해도 직분이 예수를 말하게 합니다. 중등부 교사를 하면서 가슴 벅찰 때가 잦습니다. 아이들에게 주고 또 주고 싶은 하나님의 마음을 느낄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조금이라도 아이들이 마음을 열 때면 하나님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으십니다. 은혜를 주시고 눈물을 주시고 비전을 주시고 회복을 주시려고 하십니다.
하나님은 정말 아이들을 사랑하시나 봅니다. 어디로 튈지 모르기에 더 사랑하시나 봅니다. 학교에서, 교회에서 아이들을 사랑할 기회를 얻은 저는 분명히 행복한 사람입니다. 그래서 세상의 행복과 기준, 가치, 지식보다 더 예수를 말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선생님이 되고 싶습니다.
위 글은 교회신문 <213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