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2-03-20 15:48:19 ]
나도 모르게 일어나는 비난과 판단
스스로 높이려는 생각 늘 반성해야
청각장애인 교육시설(광주인화학교)에서 실제로 일어난 성폭행 사건을 다룬 영화 ‘도가니’의 영향으로 수년 전 집행유예라는 솜방망이 처벌로 풀려난 가해자를 다시 구속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와 관련한 뉴스를 들을 때 나도 모르게 그 가해자에게 분노가 치밀고, 알지도 못하는 그 사람을 미워하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그때 내 마음 한구석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있었다.
‘그런 너는 죄인이 아니냐?’
마치 간음하다 현장에서 붙잡혀온 여인을 어떻게 처리할지 예수께 묻는 바리새인, 서기관, 율법사들이 손에 돌을 들고 있던 것과 똑같이, 나도 성폭행을 저지른 그 가해자에게 돌을 던지려고 한 것이다.
20년 넘게 신앙생활을 하면서 나도 모르게 바리새인처럼 하나님의 의로 무장한 나를 발견한다. 우리는 바리새인을 겉과 속이 다른 이중인격자, 또는 외식하는 자로 알고 있는데 사실 그들은 겉과 속이 다른 행동을 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율법을 다 지키는 것을 자신의 의로 여긴 사람들이다.
그런데 왜 예수께서 바리새인을 독사의 새끼라고 그 시대의 가장 저주스러운 욕을 했을까? 그것은 그들이 하나님의 말씀을 지켜서 자신의 의를 내세우려고 했기 때문이다. 그것이 왜 가장 큰 죄일까? 바로 자기 자신만을 위해 하나님 앞에 하는 모든 종교 행위가 우상숭배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나는 내 삶의 주인으로서 나의 미래와 비전을 그리고 가정의 행복과 평안을 위해서 하나님께 예배하고 충성하는 삶을 살았다. 그리고 바리새인처럼 하나님의 율법을 내세워 가족의 마음에 상처 주는 말을 서슴없이 하고, 남을 비판하는 말을 무수히도 쏟아냈다.
아담은 선악과를 먹은 후에 인간 자신이 하나님처럼 선악을 판단할 능력이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것은 오직 선악을 판단할 분은 하나님 한 분밖에 없다는 진리를 깨닫지 못한 죄인의 생각이요, 행동이다. 인간에게는 타인 행동의 선악을 판단할 능력이 없음에도 자신이 지닌 가치 판단 기준으로 다른 사람들을 판단하기에 하나님께서는 그것을 죄라고 하신다.
나 역시 보고 들은 대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죄를 짓고, 내가 만나는 모든 사람을 늘 비판하고 판단하는 죄를 지었다. 그것은 내가 인생의 주체가 되어 모든 판단의 기준을 나 자신에게 맞추는 삶을 살기 원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 인생의 주체가 하나님이 아니고 내가 될 때마다 죄를 짓는 죄인이 될 수밖에 없다.
바울이 순교하기 전에 쓴 디모데전서에 말하기를 “죄인 중에 내가 괴수니라”고 고백한 것은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를 알면 알수록 자신은 하나님 앞에서 죄인 중의 괴수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나는 날마다 하나님 앞에서 죄인으로 무릎 꿇고 기도하는 삶을 살고 싶다.
/고영대 기자
위 글은 교회신문 <282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