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자녀의 본이 되는 부모

등록날짜 [ 2012-07-17 13:42:32 ]

믿음의 자녀답게 올바르게 자라나도록
잘못을 잘못으로 인정하는 자세 보여야

고무줄로 친구들 뒤통수 맞히기, 어른들 수준의 욕설과 위협, 화난다고 수업 도중에 뛰쳐나가기, 무작위로 아무나 폭행하기, 반 친구 무릎 꿇려 굴종케 하기, 철 필통으로 머리나 신체 찍어 내리기 등. 위 내용은 실제로 최근 초등학교 4학년 교실에서 일어난 아이들의 잔혹한 행동들이다.

얼마 전 가까운 지인에게 연락을 받았다. 자신의 딸이 학교폭력 문제로 등교를 괴로워한다는 내용이었다. 초등학교 4학년인 지인의 딸아이와 그 친구 여러 명은 같은 반 남학생 일곱 명에게 지속해서 욕설과 폭력에 시달리다, 심지어 죽이겠다는 협박까지 들었다. 담임교사가 출산 휴가를 내서 임시 교사가 지도하는 상황에서 일어난 일이라 항의조차 제대로 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 남학생들은 교사 무시와 반항은 물론이고, 같은 반 친구들뿐만 아니라 저학년을 상대로 상습적으로 돈을 빼앗고,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로 폭력을 행사했다고 한다. 심한 폭행을 당한 저학년 아이들도 여럿 된다고 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가해자 중 한 아이 엄마가 “내 자녀는 지극히 정상인데 뭐가 문제냐?”고 당당하게 교사와 피해 아이 부모들에게 따졌다고 한다. 부모 면접과 상담은 고사하고, 막무가내식 태도로 일관해 학교 측 고민도 상당하다고 했다. 교권 약화 탓에 학생 생활지도도, 학부모와 관계도 학교가 주도적으로 처리하기에 어려움이 있는 현실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학교폭력의 문제를 아이들 탓으로만 돌리기에는 부모 된 우리의 모습이 더 초라하다. 한 번 실수로라도 내 자녀와 관련한 불미스러운 일로 학교를 찾았다면, 부모로서 당연히 사죄해야 한다. 제대로 교육하지 못한 것을 무조건 인정하고 변명도 말아야 한다. 또 내 아이가 가진 문제 행동의 원인을 찾아 해결하려고 적극 노력해야 한다. 기왕이면 문제 앞에서 본이 되는 행동을 부모가 보여 줘야 한다.

특히 우리 기독교인 부모는 더 그래야 한다. 자식을 하나님 앞에서 바로 키우겠다고 ‘찬송’ ‘믿음’ ‘영광’ 등으로 이름 지어놓고 행동은 세상 아이들과 똑같이 하게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 하나님 앞에서 지은 우리 아이의 이름이 선한 영향력을 끼칠 자리에만 있어야 한다. 믿는 자녀의 이름이 기도하는 자리에, 많은 사람의 생명을 건지는 자리에 걸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난달 문을 연 117 학교폭력 신고소에 하루에도 수백 통씩 신고 전화가 걸려온다고 한다. 여기에는 교육청, 교육과학기술부, 여성가족부에서 파견한 전문상담사가 합동으로 근무한다. 개인 신상정보는 철저히 보호하며 필요하면 신고자가 원하는 지역에 직접 출동하여 현장감 있는 대처로 피해 학생의 요구사항을 반영해 맞춤형 치안 서비스를 제공한다.

변화하는 세대와 교육현장을 적극 지원하는 사회기관이 생겼다는 소식에 마음이 놓이기보다 한편으로 씁쓸함이 더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이진숙 기자

위 글은 교회신문 <297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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