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2-09-11 14:36:23 ]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百戰不殆)는 손자병법에 나오는 말이다. 자신과 적의 상황을 잘 파악하고 있으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로운 순간은 오지 않는다는 뜻이다. 말은 쉽지만, 실생활에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
쉽지 않은 것을 성취한 곳이 있다. ‘베델의 집’이다. 일본 홋카이도 조그마한 어촌 우라카와라는 곳에 있다. 피해망상증, 환각, 환청 등 조현병(정신분열병)에 시달리는 정신장애인을 위한 복지시설이다.
이곳은 일본 국내는 물론 미국 예일대학 등 해외 연구기관에서도 연구대상이 됐다. 이유는 일반인도 이루어내기 어려운 성공적인 기업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성공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다. 지역주민의 배려, 본인들의 노력 등이 어우러진 결과다.
가장 큰 특징은 정신장애인의 변화다. 변화의 출발점은 자기 자신의 인식, 있는 그대로를 긍정하는 것이었다. 정신보건 용어로는 ‘당사자 연구’라고 표현한다. 질병을 진단하는 의사의 연구나 사회복지사의 실천으로 나온 결과가 아니라, 장애인 자신이 자기를 연구하는 프로그램이다.
어떤 병이든 숨겨서 좋아지지 않는다. 정신병도 마찬가지다. 베델의 집 사람들은 자신이 지닌 질병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어떤 여성은 “밝은 표정으로 곱게 인사를 하든, 보통 말로 하든지 모든 사람의 말이 자신을 해(害)하려는 악마의 표정과 말처럼 보이고 들린다”라고 고백했다.
당사자 연구를 통해 본인이 안고 있는 문제와 ‘나’를 분리하는 작업으로 문제에 휘둘리지 않는 ‘나’를 이끌어 내는 결과를 가져왔다. ‘나’를 인식하는 방법은 내 속에 무엇이 있는지 아는 것이다. 정신과 의사이자 정신분석 창시자인 프로이트는 욕구만을 내세우는 ‘원초아’와 억제하려는 ‘초자아’의 갈등 속에 이것을 조정하는 자아가 있다고 했다. 정신분석학에서도 영적 세계를 분명 인정하고 있다.
성경은 마귀와 나와 성령의 존재를 알려준다. 도적질하고 멸망하기 바라는 마귀와 성공적인 삶을 살기 바라는 성령이 내 속에 존재한다고 알려 준다. 하지만 마귀는 자신의 존재를 숨기길 원한다.
숨은 질병을 찾아서 밝혀내야 고칠 수 있듯이, 마귀의 존재를 알아야 성공적인 신앙생활을 할 수 있다. 마귀와 ‘나’를 분리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 분리하는 힘은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에서 나온다. 이것을 위해 예수가 십자가에서 피 흘렸다. 또 부활함으로 마귀 권세를 이겼다.
마귀라는 소리만 들어도 피하려고 하고, 마귀 존재를 부정하는 생각은 위험하다. 지피지기(知彼知己)가 필요하다. 마귀의 존재를 확실히 알고 인정하는 만큼 ‘나’를 도우시는 성령의 존재를 믿게 된다. 그래야 마귀라는 존재에 속지 않는 지식이 생기고, 그 지식이 쌓여 믿음이 생기며, 그 믿음이 쌓여 영원한 천국을 소유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위 글은 교회신문 <305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