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3-01-15 11:30:04 ]
나보다 작고 낮은 것을 볼 때
그제서야 내 모습도 잘 보여
2013년 새해를 맞이해 영신예배를 드리고, ‘올 한 해는 하나님 앞에 잘 해 봐야지’라고 다짐하며 설렘으로 시작한 것이 벌써 한 주가 훌쩍 지났다. 우리는 예배 때 말씀으로 자신의 모습을 보고 하나님 앞에 돌이키고 회개하지만,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고 감사하지 못할 때가 있다.
세상에서는 신분으로 사람을 차별할 때가 많다. 어떤 일을 하고, 지위가 무엇인지 알면 그 사람에 대한 대우가 달라진다. 영향력 있는 인물, 높은 지위의 사람들을 만나면 저절로 허리가 굽어진다. 그런 경우엔 자신만의 우월감으로 상대방에게 무언의 권력 행사도 해보기도 한다. 하나님을 믿는 우리도 때때로 그런 일들을 경험한다. 교회에서 받는 직분은 오직 주님 앞에 충성하라고 준 것이기에 위아래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가끔 직분을 계급처럼 보며 위아래를 따지기도 한다.
또 더러는 자신보다 높은 것, 위의 것에 자기를 맞추려다가 자신의 초라한 처지로 말미암아 좌절하고 낙망하기도 한다. 자신의 현재에 만족하지 못하고 높은 것, 큰 것을 추구하려 하니 원망하고, 불평하고, 우울해지기만 한다. 현실에 감사하지 못한 삶은 행복해질 수 없다.
1851년 미국에서 태어난 엘리자 에드먼드 히윗(E.E.Hewitt)은 교사며 작가였다. 히윗은 36세 겨울에 불의의 사고로 척추를 다쳐 오랫동안 병원 신세를 졌다.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어 침대만 의지하다 보니 절망과 불신이 히윗을 괴롭혔다. 자신을 다치게 한 가해자를 원망하며 분노와 한숨의 나날들을 보냈다.
그런 히윗을 변하게 한 사람이 있었다. 바로 병실을 청소하던 청소부였다. 비록 가정형편이 어려워 힘든 청소 일을 하지만, 하나님께서 주시는 은혜에 매일 감사하며 찬송했다. ‘저 사람은 청소나 하고 살면서 어떻게 저렇게 매일 기뻐하며 찬송할 수가 있지?’ 청소부를 보며 히윗은 자신을 돌아보는 눈이 열렸고, 지난날을 회개하며 시를 썼다. 찬송가 455장 ‘주 안에 있는 나에게’가 바로 그 시다. 히윗은 이 찬송가를 지은 후, 찬송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갈 때 자신도 모르게 건강이 완전히 회복되었다. 원망이 감사로 바뀐 후부터 히윗은 찬송가 작사와 청소년 사역을 하며 일생을 바쳤다.
하나님의 아들이지만 왕의 궁궐이나 화려하고 부유한 집에서 태어나지 않으신 예수께 참으로 감사한다. 예수께서 낮은 자리에 있으셨기에 내 죄 때문에 채찍에 맞으셨고, 모진 고난과 멸시 천대를 당하셨다. 하지만 예수께서는 그 수치와 능욕을 모두 이겨냈고, 무겁고 처절한 십자가를 인류를 대신해 짊어졌다. 나보다 작고 낮은 것을 볼 때 내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고, 감사하는 마음도 지닐 수 있으며, 내가 가진 것들을 나눌 수 있다. 그럴 때에 우리 신앙도 말씀 안에서 성장하게 될 것이다.
올 한 해는 마음을 가다듬고 고개를 낮춰, 작고 초라해 보여도 평범한 것에 감사하고 자족하는 마음으로 살아야겠다. 연약한 옆 사람에게 눈길을 주고, 나와 함께하는 사람들에게 감사하며 섬기는 해로 살아야겠다.
이진숙 기자
위 글은 교회신문 <321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