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자녀를 진정 사랑한다면

등록날짜 [ 2013-03-20 15:57:49 ]

지난달 아이가 어린이집 졸업식을 할 때였습니다. 원장님이 졸업사를 하면서 친구 아들이 자살했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졸업식에 어울리지 않는 소식이었지만 굳이 전하는 이유는, 그 아이가 자살한 이유가 늘 1등만 하다가 딱 한 번 2등을 한 후 자괴감에 빠져서 그랬다는…. 이어 원장님은 넘어지지 않게 아이를 키우지 말고, 넘어져도 일어나는 아이로 키워 달라고 당부하였습니다(잠24:16).

명석한 두뇌로 1등을 휩쓸며 성장해 부모를 기쁘게 하고 친구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으며 아이비리그에 진출한 아이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들 중 많은 아이가 방학을 맞아 부모 몰래 귀국을 합니다. 정신과 전문의와 상담하고 소견서를 받아 오라는 담당 교수의 지시 때문이랍니다. 가문의 영광으로 자라서, 자녀를 하늘처럼 여기는 부모에게 차마 그 소식을 알리지는 못하고 조용히 다녀간다고 합니다.

이 아이들은 학비며 생활비를 꼬박꼬박 보내 주는 부모 덕분에 다른 친구들처럼 학비나 생활비를 벌려고 아르바이트를 할 필요도 없습니다.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운동하는 시간, 친구들과 사교 활동할 시간도 아까워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오직 공부에만 매달립니다.

그런데 이처럼 지독하게 공부를 하는데도 성적이 나오지 않습니다. 정말 먹고 자고 공부만 하는데도, 학비를 벌고자 아르바이트를 하고, 운동도 하고, 친구들과 사교 활동에 활발히 참여하면서도 공부를 잘해 내는 친구들을 따라잡을 수가 없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친구 사이마저 소원해져 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다고 합니다.

일인다역(一人多役)을 하면서도 상위권을 유지하는 게 어떻게 가능할까요? 그 원인을 파헤쳐 보았더니 어려서부터 잘 훈련된 가정 교육에 있었습니다. 바로 자기 할 일을 자기가 하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들의 부모가 가난해서 학비를 벌게 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가 아무리 돈이 많아도 거저 학비를 대 주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 부모들은 어려서부터 아이에게 자기 옷은 자기가 입고, 자기 신발은 자기가 신고, 자기 물품은 자기가 챙기게 하는 등 ‘공부’ 때문에 스스로 해야 할 일을 부모가 대신해 주는 법이 없다고 합니다. 아이가 원하는 물품이라 할지라도 그 대가를 아이 스스로 지불할 방법을 제시하여 무엇이든 거저 얻는 습관을 들이지 않았습니다.

이런 습관이 몸에 밴 아이들은 커서도 공부할 시간, 취미와 사교 활동할 시간, 필요한 것을 얻고자 대가를 지불할 시간(예를 들어 아르바이트) 등을 스스로 나눌 줄 알게 됩니다. 하루 24시간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졌으니 이를 기술적으로 나누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집중력이 높은 시간에는 공부하고, 집중력이 떨어지는 시간에는 아르바이트나 놀이를 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흔히 말하는 ‘선택과 집중’입니다.

부모가 주는 돈으로 공부만 한 아이들이 과연 이런 기술을 터득할 수 있을까요. 자녀 교육 세미나 강사들은 이구동성으로 “아이에게 관심을 끊고, 사교육을 끊고, 부모들 자신을 계발하라”고 말합니다. 부모 스스로 자기 삶에 성실할 때 자녀가 그 모습을 보고 바로 성장한다는 것입니다.

자녀를 다그치기보다는 부모 스스로 하나님 말씀대로 성실히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김영희 기자

위 글은 교회신문 <330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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