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4-01-28 13:08:33 ]
천적에게 먹잇감이 되는 위기를 거쳐, 겨우겨우 고향에 돌아와 알을 낳으나 부화한 새끼에게 자기 몸을 먹이로 제공하며 죽어 가는 연어. 모성애 지극한 연어처럼 자식을 향한 부모의 진실한 사랑을 이야기해 볼까 한다.
해마다 이맘때이면 한 어머니가 떠올라 눈시울이 붉어지곤 한다. 그분은 다름 아닌 내가 가르친 학생의 어머니다.
내가 희원이를 처음 만난 때는 약 13년 전인 2001년으로 기억한다. 그 당시 희원이는 선천적 소아마비를 앓아 뇌 기능이 정상이 아니었다. 희원이 어머니는 딸아이에게 단 몇 개월만이라도 일반 학교에서 정상 수업을 받게 하고 싶어 하셨다. 또 일반 학교 졸업장을 선물해 주고 싶어 하셨다. 그 말과 함께 울먹이시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어른거린다. 그때에는 그 절실한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앞으로 어려워질 교실 생활을 걱정하며 내심 마음이 불편했다. 어찌 되었건 그런 어색한 만남이 있은 후 희원이와 학교생활을 시작했다.
희원이와 어머니는 아침에 등교할 때부터 오후에 집에 돌아갈 때까지 항상 함께 지냈다. 체육 수업을 받으려고 운동장에 나가야 할 때, 과학실, 실과실 같은 특별 교실로 이동해야 할 때도 어머니께서는 항상 희원이를 부축하거나 휠체어를 밀며 말없이 뒤따라 오셨다. 그때 우리 반 교실은 4층에 있어서 하루면 계단을 몇 십 번 오르락내리락해야 했다. 수업 시간에 혹시나 민폐를 끼치지 않을까 싶어 교실 밖 저 멀리 떨어져 계시던 희원이 어머니. 날씨가 추운 겨울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시린 손 비벼 가며 항상 자리를 떠나지 않으셨다. 희원이 어머니가 자식 사랑하는 모습을 보며 인간을 향한 하나님의 사랑도 저런 심정과 비슷하리란 생각을 하곤 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어느덧 겨울방학이 끝나고 졸업식을 하는 2월을 맞았다. 하지만 개학식때 희원이 어머니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어머니 대신 이모님이 희원이를 부축하며 학교에 오셨다. 왠지 모를 불안감을 느끼며 이모님께 자초지종을 물었다.
“사실, 그동안 언니가 많이 아팠어요. 자기 몸이 죽어 가면서도 희원이에게 꼭 졸업장을 선물하고 싶어 했어요.”
이모님은 희원이 어머니가 암이라는 중병을 앓았으나 희원이 학교생활을 도우려고 병원에 입원하지 않은 채 그동안 학교에 나왔다고 말씀하셨다. 울먹이시는 이모님 말씀을 듣고 얼마나 얼굴이 달아오르며 콧등이 시큰해지던지. 죄책감과 미안함이 밀려왔다.
며칠 뒤 졸업식. 희원이는 어머니에게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선물을 받았다. 해맑게 웃는 희원이의 웃음 너머로 떠나가신 어머니의 선하고 인자하신 얼굴이 떠올랐다. 그 모습을 보면서 세상에서 가장 초라하고 낮은 우리를 살리려 이 땅에 육신의 형체로 친히 내려오신 주님의 사랑이 떠올랐다. 자신이 상하고 고통받아서 우리 아픔을 치유케 하시는 주님의 사랑. 그 사랑으로 인해 우리 마음에도 사랑과 섬기려는 마음이 커진다.
/최용훈 집사
해외선교국
위 글은 교회신문 <371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