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3-04-09 09:11:40 ]
‘사람은 왜 살아야 하는가?’ ‘우리 부모님은 왜 피부가 저렇게 새까매지도록 일해도 가난을 면치 못하는가?’ ‘모든 사람의 삶이 행복하지 않다면, 인생을 살아야 할 가치가 있는가?’
열두 살 어린아이의 눈에 보이는 세상은 작고 어둡기만 해서 따사롭고 광명한 계절이 찾아들 수 없었다. 그 시절엔 왜 그리도 자주 아팠는지, 감기는 참새가 방앗간 들르듯 자주 찾아오는 손님이었고, 여린 몸으로 한여름을 겨우 이겨내면 이른 서리 내릴 즈음엔 언제나 애처로운 기침 소리로 가족에게 내 존재를 확인시키곤 했다.
그래도 책이 있어 나름의 미래를 꿈꿀 수 있었다. 그 시절에 만난 『쿠오바디스』는 인생의 종지부를 언제 찍어야 하는지 늘 고민하던 나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그리스도인들이 사자의 밥이 되는 죽음의 위기에서도 하나님을 지지하는 모습은 삶의 의미에 새로운 물음표를 던지게 했다. 게다가 언니가 “자살하면 지옥 간다”고 한 말은 회의적이던 내 삶을 붙들어 주는 끈이 되었다. 그 후 ‘언젠가 부모님을 떠나 자유로울 때 하나님의 존재를 꼭 확인해 보고, 정말 하나님이 계신다면 내 인생을 역전하는 기회로 삼겠다’고 늘 생각했다.
이십 대 중반, 처음 참석한 연세중앙교회 하계성회에서 설교 말씀 첫 시간부터 애끓는 눈물과 소원을 쏟아내는 나를 하나님께서는 만나주셨다. 삶의 가치를 알지 못해 염세적으로 살던 내게 왜 살아야 하는지 그 해답을 주셨다. 그리고 미래를 하나님께 맡길 믿음도 주셨다. 그때부터 인생의 분명한 목적을 알고 천국 소망을 꿈꾸게 됐다. 드디어 내 인생에도 역전할 기회가 온 것이다.
요즘도 가끔 ‘내가 처음 주를 만났을 때’ 찬양을 부르며 나를 돌아본다. 예배하고 기도할 때는 하나님 뜻대로 살겠노라 고백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다짐과 각오는 게으름과 현실에 굴복하고, 하늘 소망도 믿음이 약해질 때 색이 바랜다. 그때마다 하나님께서는 신령과 진정으로 드리는 예배와 기도를 통해 첫사랑을 회복할 힘을 주시고, 요즘 들어 매년 전 교인 50일 작정 기도회를 열어 주시니, 다시금 내 인생의 역전을 꿈꾸어 본다.
지난 3년간 작정 기도회 때마다 크고 작은 기도 응답을 주셔서 하나님께 감사하며 영광을 돌렸다. 그런데 올해는 작정 기도회를 앞두고 퇴근이 늦어지는 문제로 마음이 무거웠다. 하지만 어차피 순종할 것이니 감사로 하자고 마음을 정하고 기도하니 하나님께 맡기지 못한 죄송함에 뜨거운 회개가 쏟아졌다.
돌아보니, 내 힘으로 할 수 없는 절체절명의 문제로 애통하며 부르짖어 기도할 때마다 주님께서 역사하셔서 당면한 문제뿐만 아니라 구하지 않은 것까지 해결해 주신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쳤다.
50일간 기도할 때 방해와 어려움도 있겠지만, 인내의 쓴잔을 마시며 죄와 싸워 우리 속에 있는 가나안을 정복하고, 하나님의 명예를 위해 응답받는 시간이 되기를 소원한다.
우리에게 주신 예수 그리스도의 능력으로 내 작은 입을 벌려 크게 외칠 때, 어릴 적부터 달고 살던 감기라도 다 몰아내시고, 피폐했던 내 삶에 예수로 인생 역전할 기회를 주신 것처럼, 또 다른 인생 역전이 펼쳐지리라 믿는다.
/이진숙 기자
위 글은 교회신문 <332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