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아이들과 함께하는 독서의 즐거움

등록날짜 [ 2014-06-11 10:40:18 ]

오래전 우리 집에서 TV를 치우고 그 자리를 비워 두었습니다. TV를 못 본다는 허전함과 아쉬움이 남몰래 아주 컸습니다. ‘그래도 선별해서 보면 유익하지 않나? 기독교 방송도 볼 수도 있고…’라며 나름 타협점을 찾으려고도 했지만 담임목사님의 지속적인 믿음의 권면에 순종하기로 했습니다. 또 올바른 자녀 교육이라는 명제 앞에 작은 결단이라도 실행하는 것이 부모의 역할인 것 같아 TV를 놓던 자리에 책장을 놓고 책들과 성경을 꽂아 놓았습니다.

내가 책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우리 아이들이 책을 많이 읽었으면 하는 소망과 말씀 안에서 성장하기를 바라는 기대가 더 컸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어릴 때는 가끔 무릎에 앉혀서 책을 읽어주고, 자기 전에도 읽어 주었습니다.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지만 까르르 좋아하는 아이들 모습이 좋고 행복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아이들은 훌쩍 커서 초등학교에 들어가고 성경도, 아빠가 추천하는 책도 흥미를 잃어 가는 것 같아 안타까웠습니다. ‘혹시 아빠의 신앙생활이 본이 되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책을 읽으라는 소리가 잔소리가 되는 것은 아닌지?’ 일에 매여 늦게 집에 들어가는 날이 많을수록 이런 고민은 더해 갔습니다.

얼마 전 읽은 책에서 미국 뉴욕시 교육위원회가 어느 두 가문을 5대에 걸쳐서 조사한 내용을 보았습니다. 한 가문은 부통령 1명, 상원의원 4명, 대학 총장 12명, 대학교수 65명, 의사 60명, 목사 100명, 판검사와 변호사 130명 등 총 896명의 후손이 나왔습니다. 반면 다른 가문의 후손은 총 1062명인데 전과자가 96명, 알코올중독자가 58명, 창녀가 65명, 빈민이 286명 등 참으로 대비가 되는 내용을 읽었습니다. 동시대 같은 지역에 살았고, 같은 경제력을 지닌 두 선조를 분석한 글이 아주 흥미롭습니다. 조사의 핵심은 ‘한 사람의 영적, 지적 수준이 후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였습니다. 바로 ‘영적으로 성경을 삶의 지표로 삼았는가?’ ‘지적으로 인문고전 독서에 힘쓰는 전통을 물려주었는가?’입니다.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잘 알고 있지만 실천하지 못한 부모였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삶의 지표로 ‘성경’을 삼지 못하는 내 모습에서 훌륭한 가문은커녕 자녀 교육은 공허한 메아리가 될 수 있다는 심각한 위기감이 들었습니다.
 
“또 네가 어려서부터 성경을 알았나니 성경은 능히 너로 하여금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믿음으로 말미암아 구원에 이르는 지혜가 있게 하느니라 모든 성경은 하나님의 감동으로 된 것으로 교훈과 책망과 바르게 함과 의로 교육하기에 유익하니 이는 하나님의 사람으로 온전케 하며 모든 선한 일을 행하기에 온전케 하려 함이니라”(딤후3:15~17)라는 말씀처럼 어려서부터 성경을 알게 하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습니다.

작은 실천이지만 토요일 오전에 아이들과 고전 독서 모임을 시작했습니다. 예전부터 아이들 교육에 좋다는 것만 알았지 행동에 옮기지 못했는데, 우선 시간과 장소를 정하고 책을 정하고 초등학교 6학년이 된 딸아이와 딸아이 또래 아이 몇 명을 모았습니다. 독서 모임 구성원 속에는 교회에 나오지 않는 조카 녀석도 있습니다.

놀라운 점은 책 읽기 전과 후에 아이들의 생각에 작은 변화를 볼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좋은 글을 계기로 아이들 생각이 더 깊어지고 하나님이 쓰실 인물로 자라리라는 기대가 넙칩니다. 무엇보다 책을 놓고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 행복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커서 토요일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요즈음입니다.


/김기환 집사

위 글은 교회신문 <388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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